하나로 뭉친 한국 패션계… 2013시즌 유행을 입힌다
입력 2012-03-27 18:36
2012년 춘계서울패션위크 내달 2∼7일 개최
국내 패션 디자이너들이 하나로 뭉쳐 다음 달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2012년 춘계서울패션위크를 펼친다.
이번 행사는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 37명이 펼치는 서울컬렉션과 중진 디자이너 20명이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한 수출지향 패션쇼를 하는 ‘패션 테이크 오프’, 차세대 디자이너 13명을 소개하는 ‘제너레이션 넥스트’ 등 75회의 패션쇼와 서울패션페어 등 전시 행사로 진행된다.<표 참조>
서울컬렉션에는 그동안 컬렉션을 중단했던 국내 최정상급 디자이너 이신우가 컴백쇼를 펼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상봉, 손정완, 스티브&요니 P, 이주영 등 뉴욕컬렉션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던 작품들도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파리의상협회 정회원 문영희의 작품도 소개된다.
이번 컬렉션이 규모 면에서도 역대 최대이지만 특히 뜻 깊은 것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뜻을 합쳐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패션계는 서울패션 아티스트 협의회(SFAA), 대한복식디자이너협회(KFDA), 뉴웨이브인서울(NWS) 등 여러 단체와 무소속 디자이너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이 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패션위크도 반쪽행사로 진행돼 왔다.
그러다 올해 초부터 패션 디자이너 100여명이 모여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이하 연합회)를 발족키로 하고, 이번 패션위크부터 모든 단체와 개인 디자이너 전부를 아우르는 통합컬렉션으로 치르기로 한 것이다. 5월 정식 발족을 앞둔 연합회의 초대 회장에 추대된 이상봉은 “디자이너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단체의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느껴 왔다”면서 선후배 디자이너들이 하나가 돼 이번 행사를 잘 치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션계에선 우선 연합회 발족을 한국 패션사에 큰 획을 그은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소규모 모임은 있어도 한 번도 전체 디자이너가 회동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또 그간 서울패션위크를 담당해왔던 서울패션센터가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폐쇄되면서 개최 자체가 불투명해 걱정해왔던 서울컬렉션이 대규모의 통합컬렉션으로 치러진다는 소식에 패션계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컬렉션은 한 해에 두 번씩, 다음 시즌에 유행할 의상을 미리 선보이는 쇼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으로, 패션 문화의 성숙도를 보여 주는 행사다. 우리나라에서 컬렉션이 선보인 것은 1990년. 한국 패션계를 이끌어 온 12인의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이 SFAA를 발족하고, 그해 11월 제1회 컬렉션을 치른 이후 해마다 2번의 컬렉션을 통해 유행을 선도해 왔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0년 10월, 서울시가 서울패션위크를 창설하면서 또 하나의 컬렉션이 생겼다. 당시 패션쇼장이나 모델 수급 등 여러 가지 면에서 2개의 컬렉션을 동시에 치러내기 힘든 데다 해외 바이어와 패션전문 기자들을 초청하기 위해선 통합컬렉션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SFAA컬렉션과 서울컬렉션을 합치기로 했다. 하지만 ‘2003년 가을 겨울 컬렉션’을 제외한 대부분의 컬렉션이 별도로 펼쳐져 왔다. 패션에 관한 한 문외한이었던 서울시의 고압적인 태도와 원조 컬렉션의 기득권을 내세운 SFAA의 감성적 원칙론이 맞부딪히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상봉은 “이번에 디자이너들이 뜻을 합치면서 서울시도 많은 양보를 해주었다. 특히 서울시가 ‘유명 디자이너들이라도 서울컬렉션에 참가하려면 심사를 받으라’고 고집했던 지금까지의 원칙을 철회하고 디자이너 자율에 맡겨 줘 고맙다”고 말했다. 서울컬렉션은 일반에도 공개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