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14] 홍사덕 “한 번만 기회를”-정세균 “MB정권 심판을”

입력 2012-03-27 22:03


서울 종로 선거구는 수도권의 민심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에 여전히 ‘정치 1번지’로 불린다. 고(故) 윤보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지역구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한 곳답게 이 지역 유권자들의 자부심과 정치적 식견은 남다르다.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6선 관록을 자랑하는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와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인 4선의 민주통합당 정세균 후보가 맞붙었다.

27일 두 후보의 동선을 따라 밀착 취재하면서 지역 민심을 함께 살펴봤다. 홍 후보는 아침 7시 동십자각 부근 롯데캐슬 아파트 앞 주민 인사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고, 정 후보는 당의 상징인 노란색 점퍼를 입고 성대4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90도 절을 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 초반이라 그런지 유권자들은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자제하면서도 기자가 만난 지역 주민 가운데 20대 청년층은 주로 취업난을 호소했고, 40대 이상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계획 등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인사동에서 삼계탕집을 운영하는 강민규(59)씨는 “정치인들이 공약남발을 할 게 아니라 북한 핵 폐기 문제에 집중해 한반도에 평화가 오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여야가 싸움을 중단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소문난 대박집’ 주인 신민규(68)씨는 “여야 후보 모두 힘 있는 사람이 나와 주민들의 자존심을 살려줬다”고 평가한 뒤 “서민경제 살리는 것도 좋지만 북한 핵 폐기를 위해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서민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종로에서 한복집을 30년 동안 꾸려왔다는 이정희(61·여)씨는 “예전에는 한복을 하루 2∼3벌 정도는 팔았는데 요즘은 이틀에 한 벌 팔기도 힘들다”면서 “서민 살리는 정치를 하는 후보, 나라 위해 일하는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20년 동안 악기판매상을 했다는 한기석(60)씨는 “현 정권은 경제를 망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면서 “경제를 살리고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데 정치권이 노력해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20년간 힘들게 깁밥 장사로 생계를 이어왔다는 박미향(45·여)씨는 “정말 살기가 힘들어 이번에 확 바꿔야 한다”며 “제발 싸움질 그만하고 서민경제를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은 자영업자 정해미(32·여)씨는 “월세는 오르고 수입은 갈수록 줄어 너무 힘들다”며 “의원들이 세입자보호법이라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취업 재수생으로 꽃가게를 운영하는 김윤정(25·여)씨는 “의원들이 밥그릇 싸움을 그만하고 청년실업 대책이나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날 종로 지역구에서 3선을 하고 이번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한 같은 당 박진 의원과 함께 인사동 상가와 골목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정말 살맛나는 종로를 만들겠다”고 몸을 낮췄다. 정 후보는 시민들에게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것인 만큼 경제를 살릴 기회를 한번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창신2동 곱창골목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종로에는 두 후보 외에 자유선진당 김성은, 국민의힘 김준수, 국민행복당 홍성훈, 불교연합당 정재복, 정통민주당 정흥진, 진보신당 최백순, 무소속 류승구·서맹종 후보 등이 출마했다.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