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16) “주님, 패티 김 선배를 멋진 전도자로 세우소서”

입력 2012-03-27 18:04


나의 전도 편력은 연예계에서 유명하다. 연예계에서 밥 좀 먹은 사람 치고 나의 전도 대상자가 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나는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기회만 되면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한다.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대상자들을 만난다. 복음을 전하자마자 바로 예수님을 영접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끝내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될 듯하면서도 계속 뜸을 들이는 이들도 있다. 나는 이런 이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이들도 언젠가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계속 기도한다.

내 입장에서는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분들을 전도하기가 더 어렵다. 특히 나보다 연세가 더 많으면서 실력은 물론 돈이나 명예, 인기 등을 많이 가진 분에 대해선 각별히 조심스러우면서 정성을 들인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 패티 김과 나훈아 선배님은 특별하다.

먼저 패티 김 선배님부터 보자. 선배님은 가수 이전에 그냥 한 인간으로서도 대단한 분이다. 그분은 무대에서 노래할 때뿐 아니라 평소 말이나 행동, 의상이나 자세 등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그리고 어떤 무대에서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진정한 프로다. 그분을 생각하면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그런 선배님으로부터 내가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얼마나 큰 영광인가. 그분은 콘서트를 할 때마다 항상 나를 부르시니 말이다.

얼마 전 선배님이 54년 가수생활에서 은퇴한다는 발표를 하셨을 때 나로선 만감이 교차했다. 그분과 만들었던 숱한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참으로 그분으로 인해 행복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면서 한국 가요계의 큰 별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싶으니 아쉬움도 컸다. 오는 6월부터 선배님의 마지막 콘서트 전국투어를 함께 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 설레기도 한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선배님을 만나면 언제나 예수님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 그분은 웃는 얼굴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신다. 예전에 선배님이 무대에서 ‘그대 없이는 못살아’를 부를 때면 나는 지휘봉을 잡고서 “하나님, 패티 김 선배님이 하나님 없이는 못산다고 찬양할 수 있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했다. 언젠가 선배님이 나에게 해주셨던 말씀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김 단장님, 사실 우리 어머니가 교회 권사님이셨어. 그거 몰랐지?”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선배님을 위해서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하자 그분은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그리곤 속에 담았던 또 다른 말씀도 하셨다.

“우리 어머니 생전의 소원이 내가 찬양하는 걸 보시는 거였어. 근데 소원을 못 이루고 돌아가셨지.”

나는 선배님의 그 말씀을 듣고 속으로 ‘이 분이 언젠가는 세상 누구보다 멋진 찬양을 하시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요즘 선배님과 함께 찬양 콘서트를 하는 꿈을 꾸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내가 사랑의 콘서트를 기획해 추진할 때였다. 나는 누구보다도 패티 김 선배님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고서 선배님께 정중히 부탁을 드렸다.

“김 단장 생각을 하면 내가 당연히 출연해야 하는데 말이야, 내가 아는 찬송가가 없어서…”

“찬송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냥 선배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곡으로 하나만 불러주세요.”

선배님은 그때 자신과 너무 잘 어울리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사랑은 영원히’라는 노래를 열창해 주셨다. 나는 악단을 지휘하면서 선배님이 어느 때보다 가사에 마음을 실어 진심으로 노래하셨다는 걸 느꼈다. 비록 찬송가는 아니지만 ‘사랑’이라는 가사에 진정을 담아 부르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것을 확신했다. 나는 그분을 위해 끝까지 기도할 것이다. “하나님, 패티 김 선배님을 멋진 전도자로 세워주세요.”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