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소청탁 사건, 이러자고 난리쳤나

입력 2012-03-27 18:24

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서울지법 동부지원 부장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사건이 당사자 모두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 당사자인 김 부장판사에게 출두를 거듭 요구하며 체포영장까지 발부할 기세를 보였던 경찰이 태도를 바꿔 수사를 마무리한 것이다. 현직 검사와 판사를 법에 따라 당당하게 소환조사하지도 못하고 갑자기 꼬리를 내린 배경이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 사건은 나 전 의원 측이 기소 청탁 의혹을 제기한 주간지 기자를 고소한 건과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나 전 의원 측 보도자료에 대해 이 주간지 기자가 나 전 의원 부부 등을 고소한 건이 얽혀있다. 핵심은 지난 2월 말 “김 판사가 전화를 해 ‘사건을 빨리 기소해 달라. 기소만 해 주면 내가 여기서…’라고 말했다”고 밝힌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의 진술서 내용이다.

박 검사의 진술이 공개되자 현직 판사가 검찰에 기소를 청탁한 초유의 일이라며 경찰은 칼날을 세우고 두 사람의 소환조사를 천명했다. 법 앞에는 판사와 검사도 예외가 없는 만큼 문제가 되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 경찰을 응원했다.마침 경찰관이 검사를 고소한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의 관심과 지지는 배가됐지만 결국 흐지부지 끝났다.

경찰은 김 판사가 ‘전화는 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서를 제출하자 무혐의로 결론내렸지만 문제가 적지 않다. 박 검사와 김 부장판사의 진술이 100% 어긋나는데도 대질신문은커녕 소환도 하지 않고 검찰로 넘기는 것이 말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건에 연루된 일반 시민들의 진술이 엇갈려도 경찰은 무혐의로 처리할 수 있겠는가.

수사권 독립을 놓고 검찰과의 긴장관계를 풀지 않고 있는 경찰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중요 사건을 이처럼 무성의하게 처리하고도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경찰은 맡겨진 사건이라도 속 시원하게 처리한 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