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사건, 영국으로 불똥… 보시라이와 친분있는 영국인 사업가 작년 의문사
입력 2012-03-26 18:50
중국 충칭(重慶)시 당 서기에서 해임된 보시라이(薄熙來)와 친분이 있는 영국인 사업가가 지난해 의문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왕리쥔 사건’의 파장이 영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충칭시 당국은 당시 이 사건을 서둘러 종결함에 따라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영국 정부가 영국 사업가 네일 헤이우드가 지난해 11월 충칭의 한 호텔에서 사체로 발견된 사건을 조사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당시 충칭시 당국은 그의 사망을 과도한 음주 때문으로 결론짓고 부검 없이 서둘러 화장했다는 것. 신문은 이 사건의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을 인용해 당시 왕리쥔(王立軍) 부시장 겸 공안국장은 헤이우드가 독살됐다고 믿고 이를 보시라이 서기와 논의한 뒤에 공안국장직을 박탈당했다고 전했다.
헤이우드의 친구들은 알코올과용 주장에 대해 그가 술에 입도 대지 않는 사람이라며 베이징 주재 영국대사관 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헤이우드는 충칭에서 독립적인 사업을 하며 컨설턴트로 활동했으며 영국 자동차 회사 애스턴 마틴사의 현지 딜러인 베이징 마틴의 비등록 이사로 일하기도 했다.
헤이우드는 지인들에게 보시라이 가족과 유대관계가 있어 사업과 관련된 미팅과 거래를 주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헤이우드는 중국인인 부인을 통해 보시라이 집안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부인은 보시라이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시장을 지냈던 다롄 출신이다.
신문은 보시라이의 최측근이었던 왕리쥔이 지난달 6일 청도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헤이우드의 죽음과 관련된 내용을 대사관 측에 알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영국대사관 측은 “헤이우드의 가족들은 충칭 당국이 그의 사망사건을 어떻게 다뤘는지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다”면서 다만 “중국 내 영국인 사회에서 그의 사망이 관심을 끌자 다시 조사해 달라고 중국에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