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받는 ‘이란 원유금수·금융 제재’… 원유 수출 막히고 대금 상환도 난항 물가는 폭등세
입력 2012-03-26 18:49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금융 및 원유 금수 제재 조처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원유 수출이 막히고 수출 대금 상환마저 어렵게 되면서 국내 물가가 치솟아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이란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적 석유회사인 영국의 로열 더치 셸은 원유수입대금 10억 달러를 이란에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유업계 관계자는 셸이 이란국영석유회사(NIOC)로부터 공급받은 원유 대금 10억 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이는 초대형 유조선 4대 분량인 800만 배럴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의 두 번째 큰 원유수입업체인 셸은 이란과의 거래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금상환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 마지막 수단으로 영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마저 무산됐다.
소규모 상환대금은 이란 해안가 원유 개발 공사 대금으로 상계해 왔으나 금액이 큰 경우 이마저 불가능한 상태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지난 1월 23일을 기점으로 금융제재와 함께 이란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했으며 현재 거래를 맺고 있는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7월 1일까지 단계적으로 모두 축소하도록 했다. 셸의 최고경영자(CEO) 피터 보저는 지난 7일 로이터통신에 “이란으로부터의 마지막 원유 공급도 몇 주 이내면 끊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유 수출이 주 수입원인 이란으로서는 대금을 받지 못해 경제적 압박이 가시화되자 현금 보조금을 50% 인상하는 등 민생 달래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란 정부는 2010년 말 현금보조금 프로그램을 첫 시행한 데 이어 추가 조치로 거의 모든 이란인에게 한 달에 1인당 73만 리알(7만2000여원)씩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번 지원금은 1차에 비해 50% 정도 늘어난 것이다.
이란 반관영 통신 ILNA는 추가 보조금은 이달부터 지급돼 다음 달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로 리알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등 민생 경제가 크게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보조금 인상 지원 정책을 펴게 됐다. 해외정유업계의 이란 투자가 제한되면서 이란 원유생산량이 10년 만에 최저로 급감해 국내 휘발유 값은 3배, 가스는 5배 이상 오르는 등 생필품 가격이 고공행진을 해왔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이 같은 정책이 인플레를 가중시키며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