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연쇄 개별회담] 美, 中 태도 못믿는다… 대북 압박 실행에 옮길지 의구심

입력 2012-03-26 22:3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오후 서울에서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연쇄 개별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러 양국 정상과의 만남은 세 나라 모두 정권교체기에 접어들었다는 공통점 외에도 최대 현안인 광명성 3호 발사 저지를 위한 대북한 압박 공조 여부 때문에 더욱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후 주석으로부터 확실하고도 한층 강화된 대북한 압박 약속을 받아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행사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회담내용을 전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이에 후 주석은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이 같은 우려를 북한 지도자들이 알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의 이 같은 발언이 진정으로 북한에 강한 스탠스를 취하는 결과로 이어질지는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로즈 부보좌관은 “중국의 이 같은 우려 표명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북한은 도발행위를 계속했다”면서 “따라서 중국은 이런 류의 대북 메시지와 경고를 뛰어넘는 조치가 무엇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립 서비스’보다는 북한이 실제로 위협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의 태도를 의심하는 것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의 보도내용에서도 엿볼 수 있다. 신화통신은 이날 중·미 정상회담에서 후 주석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고 북·미합의를 존중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대목이 그것이다. 이는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2·29 합의’를 파기하지 말라는 주문으로 해석돼 미국보다는 북한 측 입장을 두둔하고 있음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후 주석이 이날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어렵게 조성된 계기가 반전되는 상황을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도 미국에 너무 조급하게 굴지 말고 북·미대화를 이어가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에 비해 오바마 대통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가진 회담에서는 일단 성과를 거뒀다는 평을 들을 수 있게 됐다.

두 정상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 두 사람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로켓 발사를 자제하도록 신호를 보내기로 합의했다”며 “북한이 로켓 발사를 포기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광명성 3호를 북한이 주장하는 위성이 아닌 로켓으로 정의한 것은 북한의 도발을 용납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