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고 몸 굼뜬 파킨슨병 환자에 희망을… KMDS ‘레드튤립’ 캠페인 일환 4월 한 달간 전국서 강좌
입력 2012-03-26 18:37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KMDS)는 세계 파킨슨병의 날(4월 11일)을 맞아 ‘레드 튤립(Red Tulip)’ 캠페인의 일환으로 4월 한 달간 전국 각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를 위한 공개 건강강좌를 잇달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세계 파킨슨병의 날은 1817년 의학계에 파킨슨병을 최초로 보고한 영국 의사 제임스 파킨슨(1755∼1824)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레드 튤립은 파킨슨병의 심벌로, 파킨슨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고 전 세계 파킨슨병 환자 및 보호자를 지원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려대 의대 신경과 이찬녕 교수의 도움말로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본다. 이 교수팀은 다음 달 10일 오후 2시 고대 안암병원에서 ‘파킨슨병 바로 알기’란 제목으로 파킨슨병 강좌를 열 예정이다.
◇손 떨고 굼뜨고 느린 동작이 주 증상=남자와 여자가 비슷한 빈도로 발생하는 파킨슨병의 대부분 환자는 노인들이다. 보통 첫 증상은 60세 전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40세 미만 연령층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이나 유럽에선 60대 이상 인구의 1% 내외가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 진입과 더불어 환자 수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3년 처음으로 경기도 안산 지역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인구 1000명당 3.7명, 특히 60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1473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다양한 이상운동 증상이 나타난다. 전형적인 3대 증상은 ①손의 떨림 ②사지 관절의 뻣뻣함 ③몸동작이 굼떠지는 느림증이다. 좀 더 심해지면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는 무표정과 언어장애도 일어난다. 이들 증상은 균형, 자세, 보행 장애 등의 다른 이상운동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손 떨림은 주로 안정 시 나타나는 유형으로 느리고 규칙적이다. 안정 시 떨림이란 환자가 손 떨림을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다른 일을 하거나 다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쪽 손에서 발생한다. 발이나 다리를 떨기도 하는데 대체로 손을 떠는 쪽과 같은 방향에서 나타난다. 입술이나 턱을 떨거나, 드물게 머리나 목을 떠는 경우도 있다.
파킨슨병 환자들은 아울러 눈 깜박임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얼굴 표정의 감소,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기 힘들어하는 현상, 단추를 끼우고 과일을 깎는 미세운동의 어려움을 겪는다. 침대에서 돌아눕기 힘들고, 글씨를 쓸 때 속도가 느려지고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것도 파킨슨병으로 인해 유발되는 느림증의 한 형태다.
◇도파민제 복용으로 증상 조절 가능=파킨슨병은 뇌 깊숙이 위치한 ‘흑질’ 부위의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이렇게 되면 도파민 호르몬 생산이 줄어든다. 도파민은 인체의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망에서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주면 손 떨림, 사지 관절의 뻣뻣함, 동작 느림 등의 이상운동 증상들이 완화된다. 도파민제제로는 현재 ‘레보도파’란 약물이 가장 많이 처방된다. 다만 이 약은 일정 기간 사용하면 약효가 반감돼 효과가 떨어지는 게 문제다.
중증 환자들에겐 뇌수술도 고려된다. 도파민제제 등 약물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장기간 사용으로 약효가 반감된 경우, 또는 약물의 부작용 때문에 고생할 때 삶의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시행된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술은 ‘뇌심부 자극술’이란 것이다. 이상운동을 유발하는 뇌신경 회로에 전극을 심고, 주기적으로 전기 자극을 가하는 방법으로 이상증상을 차단하는 치료법이다. 뇌 조직을 영구 파괴하지 않고 전기 자극을 끊기만 하면 언제든지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교수는 “아직 확실한 완치법이 없는 파킨슨병도 조기 발견해 약물 복용을 통해 이상운동 발작을 최대한 억제하면 오랜 기간 정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며 “이상증상이 나타날 경우 애써 외면하거나 좌절하지 말고 바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도 큰 관심을 끈다. 하지만 이는 아직 개발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란 지적. 흑질 신경세포가 파괴된 자리에 건강한 새 신경세포를 주입해주는 것으로, 실용화되기까지는 좀 더 많은 연구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