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리히 베르너 신학교육 국장 “한국교회 진보-보수 하나 돼 통일위해 북한교회와 연대를”

입력 2012-03-26 18:35


“독일교회도 한국교회처럼 조국 분단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한때 정치·사회적 문제로 서로를 공산주의자나 동독을 옹호하는 자들이라고 낙인찍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위기상황에서도 동서독교회는 평화기원 촛불기도회로 연합과 일치의 끈을 절대 놓지 않았습니다.”

디트리히 베르너(56·사진) 세계교회협의회(WCC) 신학교육 담당국장은 26일 인터뷰에서 “세계교회는 에큐메니컬 진영과 에반젤리컬(복음주의) 진영이 융합되는 추세 속에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도 보수와 진보가 하나 돼 통일을 위해 북한교회와 연대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독일 출생으로 보쿰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5년간 독일기독교선교국 신학교육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07년부터 WCC의 ‘싱크탱크’ 격인 신학교육 담당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13년 10월 WCC 부산총회 기간동안 운영될 세계에큐메니컬신학원(GETI·Global Ecumenical Theological Institute) 협의차 지난 22일 한국을 방문했다.

“동서독 교회는 분단 상황에서 세속정치 이데올로기가 교회에 침투하지 못하게 연합하는 데 힘썼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지키고 수십년간 평화기도회를 개최했더니 하나님께서는 통일이라는 기적을 허락하셨습니다. 냉전체제가 무너지면서 특정 이데올로기에 기반 했던 편향된 논리는 한순간에 없어지더군요.”

그는 WCC 부산총회를 19개월 앞두고 있는 미래지향적 자세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르너 국장은 “교회가 아직도 오래된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한쪽 목소리만 내놓기에 바쁘다면 미래 징조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이라며 “에반젤리컬 운동과 에큐메니컬 운동 모두 경건주의 각성운동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양분해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확한 정보와 이해 없이 상대를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것은 신학·신앙의 연합과 일치를 모색하는 세계적 추세와 크게 동떨어진 것”이라고 충고했다.

베르너 국장은 젊은이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끊임없는 부의 축적, 속도 중심의 사회, 소비 지향적 문화 속에서 교회의 젊은이들에게 삶의 궁극적 목적을 제시하고 세계교회가 함께하는 연합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 150명의 신학생들이 모이는 GETI나 한국에큐메니컬신학원이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과 연합의 중요성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