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각국 정상 “핵무기 3000여개 분량 고농축우라늄 감축”

입력 2012-03-26 23:55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핵무기 3000여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의 고농축우라늄(HEU)을 감축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상들이 HEU를 대폭 감축하기로 했다”면서 “이러한 내용이 서울 코뮈니케 발표를 전후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의 하이라이트라 할 서울 코뮈니케는 목표를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HEU의 최소화 실현에 두고 있다. 이는 핵 안보의 기본 정신인 핵물질·방사능물질·관련시설 등에 대한 절취나 무단접근, 기타 악의적인 행동을 예방하고 탐지·대응을 하기 위한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의 목표물이 될 수 있는 원천적인 위험 물질을 최대한 낮춰 이들의 핵물질 취득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0년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는 세계 각국 정상들의 핵 안보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담은 코뮈니케와 실행 조치가 포함된 작업계획 등 2건이 채택됐지만, 이번에는 이를 통합해 1건으로 작성된다. 전문과 11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 23일 열린 각국 실무대표단 회의에서 사실상 확정된 코뮈니케에는 △핵 물질(HEU, 플루토늄)의 최소화 노력 △핵물질과 방사성물질의 안전한 관리 △원자력 시설의 보호 △핵물질, 방사성물질의 불법거래 방지 △핵 안보와 원자력 안전 간 상호관계 △핵 감식, 핵 민감 정보 보호, 핵 안보문화 증진 △핵 안보 관련 협약의 보편적 적용 확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핵 안보 관련 국제기구 및 다자협의체 활동 강화 등 핵과 방사능 테러 방지를 위한 포괄적인 실천조치들이 담겨 있다.

코뮈니케는 정상회의 2차 세션이 끝난 뒤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코뮈니케는 1차 회의에서 발표된 핵 안보에 대한 포괄적인 실행 조치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안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실천 방안 가운데 중요한 부분은 민간에서 사용되는 HEU를 제거하거나 최소화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안보정상회의 기획단에 따르면 2011년 8월 기준으로 카자흐스탄 10t, 캐나다 1500㎏, 일본 1200~1400㎏, 독일 950㎏ 등을 비롯해 전 세계에는 16~17t 분량의 민수용 HEU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민수용 HEU를 폐기하거나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서울 코뮈니케 채택을 계기로 참가국들이 HEU 폐기 세부 계획을 자발적으로 공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워싱턴 회의 때 HEU 폐기를 약속한 아르헨티나와 호주, 체코 등 10개국은 이후 모두 400㎏의 HEU를 제거했다. 미국, 러시아도 각각 7t, 48t의 HEU를 폐기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이 핵물질 사용 감소와 안전 관리를 위해 각국의 노력을 조정하는 ‘가교 외교’ 역량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