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98m 바다 밑에 닿은 기분 짜릿”… 영화 ‘아바타’ 캐머런 감독, 잠수정 타고 심해 탐사 성공
입력 2012-03-26 21:43
3D 영화 ‘아바타’로 유명한 캐나다 감독 제임스 캐머런(57)이 26일 1인승 잠수정을 타고 태평양 심해 탐사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캐머런 감독은 괌에서 북서쪽으로 500㎞ 떨어진 서태평양 해상에서 오전 5시16분(이하 현지시간) 특별 잠수정 ‘딥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를 타고 하강을 시작, 2시간36분 만인 오전 7시52분 1만898m 깊이 ‘챌린저 해연’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3시간가량을 보낸 그는 귀환길에 올라 1시간10분 만인 정오에 해상으로 부상했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보도했다.
캐머런 감독은 심해 바닥에 도착한 후 “모든 시스템은 정상이다”라고 외쳤다. 뒤이어 전송한 트위터 글에서 그는 “바다 가장 깊은 곳에 막 도착했다. 바닥에 닿은 기분이 이렇게 좋을 수 없다. 내가 보는 것을 여러분과 함께하는 것을 기다릴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해상으로 돌아온 그는 대기하던 의료진의 검진을 받은 결과 건강에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챌린저 해연은 최심해인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가장 깊은 곳이다. 항상 어둠에 덮여 있고 수압은 1㎤당 1100㎏의 무게로 짓누르는 것과 같다. 1960년 스위스 기술자 자크 피카드와 미국 해군 장교 돈 월시가 해군 잠수정 ‘트리에스테’를 타고 이곳에 내려갔다. 하지만 두 사람은 20분밖에 머물지 못했고 진흙이 시야를 가리는 바람에 제대로 탐사를 하지 못했다. 캐머런의 잠수정에는 3D 비디오와 고화질 카메라, 대형 LED 조명이 장착됐고 과학연구용 시료 채취와 계측을 위한 장비들을 갖췄다.
캐머런 감독은 이번 탐사를 위해 7년간 비밀리에 준비해왔다. 그는 7.3m 길이에 폭 1.09m, 높이 1.89m인 잠수정 설계에 관여했으며, ‘수직 어뢰’라는 별명을 붙였다. 장시간 무릎을 구부린 채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데 대비해 요가를 배우기도 했다.
캐머런 감독은 사춘기 시절 스쿠버다이빙을 접하며 바다에 매료돼 1989년 심해탐사 영화 ‘어비스’를 만들었고, ‘타이타닉’ 촬영을 위해 12차례 직접 잠수를 하기도 했다. 이번 탐사경험을 살려 앞으로 제작할 ‘아바타’ 속편에도 배경인 ‘판도라 행성’의 바다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탐사가 과학기술 진보를 위한 전 세계 기업인들의 경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캐머런의 해저 탐험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지원했다. 캐머런에 이어 구글 창립자 에릭 슈미트 전 최고경영자(CEO) 등도 심해저 탐험에 도전할 계획이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