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찰떡 공조 과시한 한·미, 미사일 사거리는?
입력 2012-03-26 18:10
제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양국 공조태세가 한껏 과시됐다. 김정일 사후 처음이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예고 후 열흘 만에 이뤄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한·미동맹이 공고함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미래지향적 동맹을 계속 발전시킨다는 데도 합의했다. 한·미동맹이 한국 방위와 외교의 주축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문제가 나오자 두 정상의 말이 달라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합당한 합의가 이뤄져 조만간 결론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조기 타결에 기대감을 피력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술적 문제도 있고 군사적인 차원에서 논의될 부분이 많이 있다”며 피해갔다.
그는 특히 “(미사일 사거리 문제는) 영구적인 동맹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굳이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지 않고도 동맹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망스럽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한국은 2001년 한·미 미사일지침에 따라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은 보유할 수 없다. 남한 전역은 물론 일본과 괌, 나아가 미국 본토까지 노리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턱도 없이 못 미친다. 이같은 심각한 미사일 전력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사거리를 연장하는 것은 한국의 오랜 숙원이었고, 북한이 실제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이른바 광명성 3호 발사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 명분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중국과 일본의 반발이 예상되고, 한국과 함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한 다른 나라들에 도미노현상이 초래돼 자칫하다간 미사일 기술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한 MTCR 체제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또 하나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사거리를 연장하더라도 북한 전역만 사정권에 둘 수 있도록 800∼1000㎞ 정도로 제한한다면 주변국의 반발은 잠재울 수 있다. 또 MTCR 체제 유지와 관련해서는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는 한국의 특수성을 다른 회원국들에 설득할 수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사태를 보고도 한국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소극적인 자세는 그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를테면 미국이 한국을 계속 자신의 통제 하에 두면서 미사일방어(MD) 체제에 편입시키려 한다거나 미국의 무기체계를 한국에 판매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한국의 국방력 미비는 한국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추구하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한(對韓) 무기 판매에만 집착하는 것은 건강한 동맹관계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더 이상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