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15) 온 가족을 교회로 인도한 개그우먼 이영자씨
입력 2012-03-26 17:44
“단장님, 숨겨놓은 여자 있죠?”
“엥…. 뭐라고요?”
“제가 1년 내내 지켜봤는데, 어떻게 단장님은 항상 싱글벙글이세요?”
1997년으로 기억된다. 개그맨 이영자씨가 난데없이 날더러 바람피우냐고 묻는 것이었다. 그녀와 함께 1년여 동안 진행해온 ‘아이러브코미디’라는 마지막 회 녹화를 마친 뒤 분장실에 모여 스태프와 함께 송별 회식을 하기 위해 나서려던 참이었다. 일단 당황스러웠지만 영자씨에게 뭔가 대답을 해줘야 할 것 같았다.
“나야 뭐, ‘할렐루야’니까 늘 웃죠. 영자씨도 늘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잖아요. 영자씨는 웃을 일 많지 않아요?”
“저는 그렇지 않아요. 밤에 잠을 잘 못자요.”
사실 영자씨의 순발력과 재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나다. 거기다 부단히 노력하기도 한다. 그래도 연예계에서의 생존은 만만찮다. 자기계발과 공부에 전념하고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연예계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내가 쭉 지켜본 바에 의하면 영자씨는 누구보다 자기관리에 철저하며 순수하고 순박한 인성의 소유자였다.
당시 영자씨는 부모 형제들에게 경제적인 안정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그녀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바람이나 물거품 같은 인기에 매달려야 하니 그 스트레스가 오죽하겠는가. 거기다 만약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적인 갈등과 고민까지 있다면 그 스트레스는 배가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가끔 점쟁이를 찾는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녀를 그냥 놔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 복음을 전해주지 않으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았다.
장소를 식당으로 옮기고서 나는 일부러 영자씨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곤 내가 항상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이 나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내가 그분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말해줬다. 그리고 모든 근심의 해결점이 그분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이씨는 내 이야기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속으로 ‘성령님, 역사해주세요’ 하고는 영접기도를 하자고 제의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홍진경씨와 조연출자, 코디 담당자에게도 같이 기도하자고 했다. 고맙게도 연장자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는지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몇 주 후 교회에서 영자씨를 보게 됐다. 함께 방송할 기회가 없어서 만날 수 없었는데 그녀가 제 발로 교회에 온 것이다.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당으로 들어서는데 머리를 숙이고 기도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뒷모습이 낯익다 싶어서 옆으로 가서 확인하니 영자씨였던 것이다. 참으로 감사했다. 그녀가 감사했고, 그녀를 교회로 인도한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했다.
그 뒤 영자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교회에 나왔다. 다시 몇 주 후엔 아버지를, 이어 오빠와 올케 등 온 가족을 교회로 인도했다. 한 사람이 주 예수를 믿으면 온 가족이 구원을 얻으리라는 사도행전 16장 31절의 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언젠가 영자씨가 자신의 친구 연예인 결혼식장에서 복음성가인 ‘축복송’을 불러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리고는 무대 뒤로 돌아와 혼자서 눈물을 훔쳤는데, 나는 그 눈물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안다.
영자씨는 지금도 신앙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열심히 기도하고, 주위 사람들을 잘 섬기면서 복음의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가끔 TV에 그녀의 모습이 보이면 나는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녀에게서는 상대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기운 같은 게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연예인으로서 발휘하는 파워보다 복음전도자로서 발휘하는 파워가 훨씬 막강해질 것으로 믿는다. 영자씨, 주님 안에서 사랑해요.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