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파일] 허리 건강도 해치는 복부비만
입력 2012-03-26 18:37
다양한 생활습관 병을 유발하는 복부비만은 허리 건강을 해치는 원인도 된다. 속칭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환자 중 59%가 비만 상태라는 보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서울척병원을 찾은 요통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복부비만에 해당되는 환자가 절반 이상(55%)에 이른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요통의 정도는 10점을 가장 심한 통증 기준으로 삼았을 때 평균 6.41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증의 강도도 뱃살이 많지 않은 요통 환자들이 느끼는 것에 비해 배 가까이 센 수준이었다.
복부에 내장지방이 많이 쌓이게 되면 위에서 내리누르는 중력과 싸우는 척추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 복부에 쌓인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인해 양 옆으로 숨을 쉬기 불편할 정도로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허리 부위 척추(요추) 관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터져서 요추관절 밖으로 밀려나온 것이 바로 허리 디스크다.
복부 비만이 심하면 몸의 중심과 체중이 앞으로 쏠려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하고, 상체를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하게 돼 허리 근육이 약해진다. 결국 자신을 단단하게 잡아주던 근육을 잃은 척추는 작은 충격에도 민감해지고, 그만큼 쉽게 디스크 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 뱃살이 많으면 체중과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게 돼 C 커브를 유지해야 할 척추가 D 라인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이런 불안정한 자세는 척추와 추간판의 각도를 변형시켜 한쪽으로만 집중적으로 무리를 준다.
이로 인해 요추관절 밖으로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자극하면서 요통을 일으키고, 그 통증은 다리로 퍼지게 된다. 왜냐하면, 신경은 허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리까지 연결이 돼 있기 때문이다. 신경과 함께 있는 근육이 느슨해져 디스크가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환자에게 발뒤꿈치만으로 걸어보라 하면 잘 걷지 못하는 증상을 보인다.
치료는 우선 복부비만을 해소해야 한다. 그러자면 음식조절과 함께 운동을 습관화해야 한다. 특히 허리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미 진행되고 있는 디스크는 전문 치료가 필요하다. 초기에는 휴식과 함께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만으로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을 때는 수술에 앞서 간단한 주사 치료를 하는 게 순서다. 디스크 주사 치료란 통증을 일으키는 부위에 1∼2주 간격으로 2∼3회 정도 약물을 주입, 통증을 완화시키고 염증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사람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허리 통증을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으로만 생각하고 방치하다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무엇이든 초기에 잡아야 쉽듯이 허리 디스크에 의한 요통과 다리 저림도 발병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쉽게 개선된다.
홍준기 서울척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