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10) 중앙대학교병원 종양협진클리닉
입력 2012-03-26 18:34
말기환자도 포기않고 돌보는 ‘생명존중 중심 진료’ 실천
경찰관 김태식(55·가명)씨는 2008년 윗배가 아프고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 때문에 중앙대학교병원을 찾았다가 말기 위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는 위 출구 쪽에서 시작된 암이 주위 림프절을 타고 복막과 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
그러나 중앙대병원 의료진은 김씨를 포기할 수 없었다. 김씨의 투병 의지가 워낙 강했던 데다 한 번 해보자는 의료진의 투지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우선 음식물이 위 출구를 거치지 않고 식도에서 바로 위장 속으로 들어가도록 ‘복강경 위 공장 우회술’을 시행하고 복강(뱃속)에 약물 주입 관을 설치했다. 항암제를 뱃속에 넣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도록 함으로써 혈관을 통한 전신 항암화학요법의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 치료는 5개월에 걸쳐 모두 9차례 진행됐다. 항암 치료 중 김씨의 전신 상태는 양호했으며 다행히 항암제로 인한 심한 합병증도 나타나지 않았다. 위내시경 검사를 실시한 결과, 김씨의 위암은 크기가 대폭 줄어들어 위궤양을 앓은 정도의 흔적만 보이는 상태로 변했고 주위 림프절과 간, 복막에 전이됐던 암세포들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2009년 초 최종적으로 위 출구 쪽에 남아있는 위궤양 흔적과 같은 잔류 암세포를 제거하는 위 및 림프절 절제 수술을 받았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김씨는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상태다. 김씨의 확고한 의지와 중앙대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말기 암을 물리친 것이다.
◇말기 암 환자도 포기 않고 끝까지 돌봐=중앙대병원을 찾는 암 환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다른 대형 암센터에서 포기한 말기 암 환자들은 물론 진료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각종 암 환자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
암 환자 사이에 한 명의 환자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임지는 ‘생명 존중 중심 진료’를 실천하는 곳이 중앙대병원이란 입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병원 종양협진클리닉 박석원(47·방사선종양학과) 팀장은 26일 “다각적인 협진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신속한 치료를 보장하는 암 진료 시스템을 공들여 구축한 것이 한시가 급한 암 환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병원의 암 진료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위암 대장암 폐암 자궁암 유방암 뇌종양 전립선암 등 각종 암을 각과 전문 의료진이 독자적으로 진료하면서 필요한 경우 서로 다각적으로 협진하는 형태다. 이 진료는 종양협진클리닉이 주도한다. 또 하나의 축은 이와 별도로 갑상선암만을 전문 진료하는 갑상선센터다. 갑상선암은 현재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며,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진료 당일 검사, 2∼3일 내 수술 원칙 주목=먼저 중앙대병원 종양협진클리닉의 장점은 무엇보다 당일 진료·검사와 2∼3일 내 수술이라는 ‘원스톱 진료 시스템’이다. 다른 병원들이 비슷한 구호를 내걸면서도 검사 및 수술 대기환자가 많은 관계로 현실적으로 ‘구두선’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곳에선 이 원칙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종양협진클리닉은 한 환자 또는 한 의사가 협진을 요구하면 암 진료 전담 코디네이터가 해당 의료진을 모두 소집한다. 협진 관련 회의는 1주일에 두 번 이상 열린다. 회의는 암 검사결과를 확인하고 암 치료 방침을 함께 결정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회의에는 해당 환자와 보호자도 참여시킨다. 병세 및 치료 일정, 부작용, 치료 후 경과 등에 대해 의료진이 환자 측에 자세히 설명하고 궁금증도 속 시원히 풀어주기 위해서다. 환자 측과 의료진의 이런 소통은 불필요한 불안감 해소와 함께 빠르고 정확한 암 치료를 이끄는 밑거름이 된다.
박 팀장은 “보통 암 말기라고 하면 완치 가능성이 10%도 안 되는 상태여서 다른 곳에선 포기하기 일쑤이지만 우리는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환자라 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갑상선암 치료 분야에서 ‘대한민국 넘버 원’ 꿈꿔=갑상선센터는 중앙대병원의 암 진료를 이끄는 쌍두마차 중 하나다.
중앙대병원은 지난해 3월 선택과 집중 및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본관 뒤쪽에 새로 증축한 다정관(별관) 2층 전체를 갑상선센터로 꾸몄다. 그리고 갑상선 질환 분야 국내 최고 명의로 꼽히는 조보연(64·내분비내과) 전 서울대병원 교수를 갑상선센터장으로 영입, ‘갑상선암 치료 대한민국 넘버원 병원’으로 일어서자는 새 목표도 세웠다.
개소 1주년을 맞은 이 센터는 현재 수도권 병원들 가운데 갑상선암 수술을 4번째로 많이 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1500여명 수준이던 연간 갑상선암 수술 환자 수도 그 사이 2500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의료진은 센터장 조 교수를 비롯해 내분비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4개 진료과목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모두 갑상선암 등 갑상선 질환만 전문적으로 다룬다. 이 센터는 특히 종양 크기, 악성 여부 등에 따라 치료지침을 정확하게 세운 뒤 수술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갑상선암 진료 시스템을 운영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조 교수는 “우연히 발견된 초기 갑상선암의 경우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부분 성장 속도가 느리고 온순한 게 많아 당분간 추적 관찰하면서 수술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최근 국내 의료계의 조기 갑상선암 수술 만능주의에 일침을 놨다.
박석원 종양협진클리닉 팀장은
△서울(1965)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1990) △서울대병원 수련의 과정 수료(1993.5∼1994.2)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1994.3∼1998.2월)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임의(1998.3∼1999.2)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임의(1999.3∼2000.2) △한림대 의과대학 부교수(2000.3∼2005.2) △중앙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