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등 도발적인 행위가 수년간 되풀이되는 데 대해 이례적으로 중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26일 서울에서 별도의 회담을 가질 예정인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을 압박하려는 차원이어서 중국측 반응이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하고 싶은 제안”이라며 운을 뗀 뒤 중국을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즉, 그는 “중국이 그들의 우려를 북한에 어떻게 전달하는지는 지난 수년간 취한 대북한 조치가 근본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중 접경지역의 안정을 바라는 중국의 입장에 동감을 표한다면서도 북한의 반복되는 호전성과 도전을 막으려는 (중국측) 노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바마는 중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을 보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엔 그 신실성을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일관성있는 방식으로 행동해야 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해 강력한 대북압박을 주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6일 후 주석과의 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놓고 공개석상에서 중국 책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배경은 두 가지로 모아진다. 우선 최근 중국이 보인 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 발표이후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과는 달리 중국은 대북한 공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모든 당사국들은 냉정을 유지하고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오바마가 중국의 일관성을 문제삼은 것은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2차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유엔 대북결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대북지원의 통로로 이용되거나, 실제로 북한을 직접 지원해온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과의 2·29 베이징 합의 당시 미국 협상팀이 북측의 위성발사 계획을 알고도 제대로 대응을 못한 게 아니냐는 미국내 비난 여론을 의식,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발표한 당시 합의문에는 핵과 미사일 발사를 일시 유예(모라토리엄)한다고 돼 있지만 인공위성 발사는 들어가 있지 않다. 미 일각에서는 ‘어떤 형태의 위성 발사든 이는 협정에 위반 된다’는 조항을 협정문에 명시했어야 하지만 이를 놓친 것을 두고 공화당내 강경파그룹은 미국의 ‘순진한’ 대북 협상력을 문제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김정은 체제의 의사결정 구도에 대해서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의 상황이 안정되지 않아 보인다”면서 “누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지(call the shots), 장기적인 목적은 뭔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젊은 지도자(김정은)에 대한 어떤 인상을 갖기가 힘들다”며 현 체제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
[핵안보정상회의 개막] 오바마 “中, 北도발 막는 노력 부족”
입력 2012-03-25 2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