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우선’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에 당선… 中 정부 지지속 1차전서 끝냈다

입력 2012-03-25 21:52

제4대 홍콩 행정장관에 중국이 지지한 렁춘잉(梁振英·57)이 당선됐다.

홍콩정부자문기구인 행정회의 소집인(의장)을 지낸 렁춘잉은 25일 실시된 선거위원회(1200명) 간접선거에서 유효 투표 1132표 가운데 689표를 얻어 일방적 승리를 거뒀다.

이번 선거에서는 렁춘잉이 가까스로 과반수를 획득하거나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2차 투표까지 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의 의중이 결정적 힘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중국의 후원을 받았으나 개인 비리로 인해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중국마저 등을 돌리기에 이른 헨리 탕(唐英年·59)은 285표를 얻는 데 그쳤다. 제3의 후보인 민주당 알버트 호(何俊仁·60)의 득표는 76표에 불과했다.

렁춘잉은 중국 정부의 정식 임명을 받아 홍콩의 행정 수반직에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오는 7월 1일부터 2017년 6월 30일까지 5년이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시진핑(習近平) 부주석도 한숨 돌리게 됐다. 시 부주석은 당 중앙 홍콩마카오공작소조 조장으로 공산당 지도부 내에서 홍콩 업무를 맡고 있는 최고책임자다.

렁춘잉은 선거운동 기간 물가 안정, 공공주택 건설, 서민생활 향상 등 민생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렁춘잉의 이러한 반기업적 행보로 인해 중화권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을 비롯한 홍콩 재계에 반발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으나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렁춘잉의 주요 정책은 중국 본토의 경제 기조와도 비슷해 중국 정부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홍콩 재계가 렁춘잉에 동조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선거 막판에 렁춘잉이 당선되면 리카싱 회장이 홍콩에서 투자를 거둬들일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렁춘잉은 또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일국양제(一國兩制)가 성공하려면 홍콩이 중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렁춘잉의 이러한 자세는 자신을 중국과 긴밀하게 연결시켜주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홍콩인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어 약점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상당수 홍콩인들은 ‘홍콩의 핵심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렁춘잉 앞에는 불안 요소가 적지 않지만 홍콩 지도층이 중국 정부의 힘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