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결승 좌절 “동메달은 양보못해”… ‘스톤 기적’ 연출 여자 컬링

입력 2012-03-25 20:04

20㎏ 스톤(Stone)의 기적은 계속된다. 비록 대망의 결승 진출은 좌절 됐지만 컬링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무한질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사상 첫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노린다. 세계랭킹 12위에 불과한 한국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2012년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스위스(세계 5위)에 6대 9로 졌다. 한국은 사상 첫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6일 홈팀 캐나다(세계 2위)와 동메달을 놓고 겨루게 됐다. 여기서 이기면 한국 컬링 사상 세계선수권대회 첫 메달 획득이다.

3위로 예선을 마친 한국은 이에 앞서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예선 4위 캐나다를 상대로 2-3으로 뒤지다 마지막 10엔드에 2점을 추가해 4대 3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준결승에 올랐다. 대표팀은 예선전 전적 8승3패 중 1패를 안긴 스위스를 준결승에서 다시 만났으나 아깝게 설욕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성적은 기적에 가깝다.

현재 등록 선수는 680명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를 유치한 캐나다(약 200만명)의 3000분의 1수준이다. 전용 경기장도 경북 의성컬링장과 태릉선수촌 훈련장 두 곳뿐이다.

여자 대표팀 감독도 전임할 지도자가 없어 현역 남자 컬링 선수인 최민석(33)씨가 맡고 있을 정도다. 대표 선수들의 경력도 미천하다. ‘스킵(skip·팀 주장)’을 맡고 있는 김지선은 25세로 컬링 경력이 10년이 채 안 된다. 이번 대회 12개 팀의 스킵 중 가장 어리다. 중학교 때까지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였다. 맏언니들인 이현정(34)과 신미성(34)은 성신여대 1학년 때 동아리 활동으로 처음 컬링을 접했다.

한국은 2002년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9전 전패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2009년 3승8패(10위), 2011년엔 2승9패(11위)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집중적인 투자와 든든한 후원, 그리고 오랜 기간 합숙훈련 등으로 강력해진 태극 여전사들은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강호들을 잇따라 제치고 사상 첫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데 동메달까지 노리고 있는 것이다.

김지선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여기까지 올라오게 한 우리 팀원 모두 자랑스럽다”며 “2014년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반드시 출전해 메달을 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