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지명] 각국 폭넓은 지지… ‘글로벌 현안’에 맞는 새 역할 개척해야

입력 2012-03-25 19:44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학 총장의 세계은행(WB) 총재 후보 지명에 대해 미국 영국 등 유력 언론은 물론 중국 관영 언론까지 지지 의사를 보내고 있어 그의 총재 선임은 안정권을 확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세계경제의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68년 역사의 세계은행의 위상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김 총장이 어떤 밑그림을 그려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언론들 “적격” 찬사=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WB 차기 총재 후보로 김 총장을 추천한 것은 ‘이상적인 선택(the ideal choice)’이었다고 밝혔다. WP는 사설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WB의 임무에 적절한 후보를 물색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오바마가 김 총장을 선택함으로써 이런 목적을 달성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국 태생으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여겨온 김 총장의 후보 지명은 그동안 백인 남성이 이끌어온 WB에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총재직 천거가 “적격”이라고 평가했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사설에서 “그의 총재직 지명이 다른 나라들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특히 중국에서도 입장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4일 김 총장 지명에 대해 ‘고무적’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이 WB 내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개발도상국들의 요구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또 “정치인이나 은행가 대신 개발 전문가를 선택한 것은 미 정부의 진일보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WB 위상제고가 김 총장 과제=경제 및 개발관련 전문가들은 다만 김 총장이 이끌 WB의 과제가 만만찮을 것 같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선 WB의 역할론이다. WB의 기능을 빈곤국가 개발지원 등 경제발전과 성장문제에 둘 것인지, 기후변화 및 물부족 문제, 낮은 농업생산성 등 글로벌 현안에 맞출 것인지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아빈드 서브라마니언 피터슨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FT에 의사와 인류학자라는 김 총장의 개인적인 경력으로 볼 때 공중보건이나 개별적인 빈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현안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카네기 세계평화재단의 우리 다두시 수석연구원도 김 총장의 우수한 관리능력을 평가하면서도 세계경제의 성장을 WB의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WB의 고유영역이었던 분야, 즉 에이즈·말라리아 등 질병퇴치에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민간 자선단체들이 나서고 있는 점도 WB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개도국 및 빈곤국 지원 분야의 경우 중국 등이 막강한 외환보유고를 이용해 WB의 영역을 갉아 먹고 있다. 특히 인도는 물론 스리랑카 베트남 가나 등 대출지원 대상이었던 국가들도 더 이상 WB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경제가 발전하고 있어 대출이 본래기능인 WB의 정체성이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