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안보정상회의 개막] 군사분계선 25m 앞에 선 오바마… 北 도발 대응 의지
입력 2012-03-26 00:31
“자유와 번영의 견지에서 남북한만큼 분명하고 극명하게 대조되는 곳은 없습니다.”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25일 서울에 도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 첫 일성(一聲)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나왔다. 당초 이곳에서 대북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던 오바마 대통령은 긴 연설 대신 짧지만 분명한 한마디를 택했다.
캠프보니파스 내 오울렛 초소는 북한과 불과 25븖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DMZ 최북단으로, 한반도 분단의 최전선이자 한·미 공동방어의 상징적인 장소다. 날씨가 맑을 경우 북한의 개성까지 내려다보일 정도다. 1991년 미2사단 관할에서 유엔사령부로 이관됐으며 2004년부터 한국군 비중이 크게 늘었다. 현재 한국군 600여명과 미군 70여명이 이 초소를 지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DMZ 방문’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북한 쪽을 봤을 때 40년, 50년간 어떤 발전이 완전히 사라진 국가를 보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일 한 국가가 그 국민들을 제대로 먹일 수가 없고 생활물자를 만들 수 없으며 무기 외에는 수출 품목이 없고 최첨단 무기라고 볼 수 없는 무기가 유일한 수출품이라면 다른 시도를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라면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북한 지도부의 결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인상에 대해서는 “북한은 아직도 불안정하고 누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장기적인 북한의 목표가 뭔지도 불확실하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날 새벽 6시45분 전용기로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린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DMZ로 향했다. 오전 11시15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헬기를 타고 캠프보니파스에 도착했다. 헬기장에서 제임스 D 서먼 한미연합사령관과 정승조 합참의장, 브라이언 비숍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의 영접을 받은 뒤 차량 편으로 기지 내 식당으로 향했다. 당초 서먼 사령관만 오바마 대통령의 차에 동승할 예정이었으나 오바마 대통령은 정 합참의장도 함께 타자고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식당 안에 대기하던 유준성 중위 등 8명의 한국군 장교들과 악수한 뒤 “여러분은 자유의 최전선에 서 있다. 여러분들이 수행하고 있는 의무에 큰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량으로 오울렛 초소로 이동해 전망대에서 쌍안경으로 북측을 돌아봤다.
12시 정각쯤 북쪽에서 희미하게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에드워드 테일러 미군 중령은 북한 기정동 선전마을에 걸린 대형 인공기를 가리키며 “오늘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이라며 “김 위원장을 애도하는 조기”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DMZ를 방문한 4번째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