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부품관리 구멍 숭숭 뚫렸나… 신고리 2호기도 멈춰서
입력 2012-03-25 18:45
원자력발전소가 불안하다. 지난해 울진 원전 4호기 전열관 무더기 손상 사고와 고리 1호기 정전 은폐 사태에 이어 신고리 2호기가 급수펌프 고장으로 멈춰섰다. 방사능 유출 등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잦은 고장이 반복되다 보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8시19분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2호기의 급수펌프가 멈춰서면서 가동을 멈췄다. 신고리 2호기는 올해 5월 준공을 앞두고 지난해 12월부터 50여 가지 테스트를 실시하는 시운전 중이다. 급수펌프는 증기발생기에 물을 공급하는 장치로 3대가 설치돼 있다. 당시 시험운전을 위해 원자로에는 핵연료봉을 넣은 상태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시운전 중인 신고리 2호기의 성능 테스트 중 하나인 소내부하 운전시험 중 급수펌프 이상으로 원자로가 자동정지됐다”며 “100% 출력 시운전을 마치고 30% 수준의 저출력환경에서 자동정지가 발생했으며, 원전의 안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도 “새 원전의 경우 정상가동에 앞서 시운전 과정을 거치며 그간 발견되지 않았던 결함이나 문제를 찾는다”며 “원자로에 핵연료봉을 넣은 상태였지만 시운전 중에 멈춰서는 것은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신고리 원전 2호기 급수펌프 고장은 부품 결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되는 부품 결함에 의한 고장이 다시 발생하면서 부품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울진 원전 4호기의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이 무더기 손상된 것도 애초 하자가 발생했던 전열관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9일 고리 1호기 정전사고 원인도 비상디젤발전의 공기공급 밸브의 결함이었다. 지난해에는 고리 원전 2호기 직원이 터빈밸브작동기를 구매하면서 중고부품으로 조립한 제품을 납품받고도 규정된 안전검사 없이 사용하다 적발됐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울진 원전 1호기에서 작업자가 뜨거운 증기를 식혀주는 ‘복수기’ 주변 시스템을 점검하다가 실수로 밸브를 잠그지 않아 원전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고, 영광 5호기에서는 원자로 냉각재 펌프를 가동시키는 전동기 내에서 드라이버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전의 허술한 부품 관리와 직원들의 기강해이 등 총체적인 안전불감증 때문에 대형 사고를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