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태 법률구조공단이사장 "왕따학생과 가족 무료 변론"
입력 2012-03-25 20:54
“이른바 ‘왕따’를 당한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무료 변호와 법률 상담에 나설 작정입니다. 공단 ‘이사장’으로서, 크리스천으로서 국민이 감동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습니다.”
취임 10개월째를 맞은 황선태(64·경기도 성남 할렐루야교회·사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난 24일 서울 서초동 공단 본관 5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났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알려진 그는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는 ‘국민 로펌’ 법률구조공단의 수장으로서, 72명의 변호사와 121명의 공익법무관 등 792명의 직원을 이끄느라 분주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최근 학교폭력 피해의 심각성 및 피해자를 위한 지원 방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우리 공단은 이에 따라 학교폭력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재원 마련에도 나설 방침이고요. 정부와 국회의 관심은 물론, 뜻있는 기업 및 후원자들의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 드립니다.”
황 이사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 15회(사법연수원 5기)로 법조계에 입문, 사법연수원 부원장, 청주지검 검사장, 대검찰청 감찰부장, 대전·광주·서울 동부지검 검사장 등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뒤 2005년부터 법무법인(유) 로고스의 대표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그는 최근 학교폭력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열심히 해서 학교 폭력을 없애야겠다는 책임감도 들었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검사와 6년여 변호사 등 40년을 법조인으로 살면서 성경 말씀인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고전 13:13)와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두 문구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고 있습니다. 형식적인 법 논리에 치우치기 보다는 사랑이 담긴 눈으로 바라볼 때 해결책을 찾을 수 있고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할 때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한다면 학교 폭력은 물론, 사법 불신의 풍조도 차츰 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온화하고 겸손한 성격인 그는 항상 감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선후배들에게 신망이 두텁다. 청주와 광주지검 등에서 근무하며 기독교 홀리클럽 활동에 열과 성을 다했다. 수많은 선후배 검사와 피의자들에게 복음을 전해왔다. 청주지검 검사장 시절 때 수형자에게 전문학사를 수여하는 ‘재소자대학’(주성대학 홍덕캠퍼스)을 청주교도소 안에 설립한 것도 하나님께 받은 소명 중 하나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매주일 교회에 나간다. ’교회 안수집사’로 법률 봉사를 하는 게 즐겁기 때문이다.
“어릴 때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그 친구 집이 마침 예배당이었습니다. 이후 교회학교에서 연극과 성경 퀴즈를 하고 크리스마스 때 새벽송을 돌며 교회 다니는 재미를 붙였죠. 지금은 분당 할렐루야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법률 상담을 하는 것은 제 몫이고요.”
그는 아침마다 기도하는 제목이 있다. 남은 삶도 가진 달란트를 활용해 마음이 외로운 사람,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힘닿는 대로 도우며 살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전국 곳곳의 법률구조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있다. 공단 직원들도 집무실에 있는 황 이사장의 모습을 보기 힘들 정도라고 귀띔했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마 7:3)라는 말씀을 늘 마음에 새깁니다. 제 자신이 깨끗해야만 타인의 잘못을 수사하고 변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검사 때나 지금이나 한 손에는 ‘법전’을, 한 손에는 ‘십자가’를 들고 담대하게 주님이 기뻐하시는 일들을 행하고 싶습니다.”
유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