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진보당 아직 정신 못 차렸다

입력 2012-03-25 18:27

야권 단일후보 경선 여론조사 조작 논란에 휩싸였던 진보통합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 23일 후보직 사퇴를 발표하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가장 낮고 힘든 자리’에서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진보좌파 진영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힌 만큼 그의 뒤늦은 사퇴와 참회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어제 구성된 4·11 총선 야권공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야권연대 붕괴 시도에 대해 가장 전면에서 싸우겠다”고 했다. 한 정당의 대표가 이렇게 말을 쉽게 뒤집어도 되는 건지, 그리고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다.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이 대표가 진보당 내 소위 ‘경기동부연합’ 세력 논란과 관련해 “수구기득권 세력과 보수언론의 철 지난 색깔공세”라고 반박하며 올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자고 언급한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동부연합은 1980년대 ‘반미·자주’를 주장하며 대학가 운동권을 장악했던 NL(National Liberation)계라고 한다. 이 대표와 이 대표의 남편, 그리고 이 대표 대신 서울 관악을 야권후보로 확정된 인사도 경기동부연합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 책임이라면서 한·미동맹 해체까지 요구하는 세력이 진보당 나아가 민주당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색깔론이야말로 구태다. 정말 떳떳하다면, 유권자들에게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제대로 해명하는 게 도리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야권연대가 완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좋아할 때가 아닌 듯하다. 유권자들 사이에 ‘민주당은 총선 승리에 매몰돼 친북성향의 소수 정당 눈치를 살피는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