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실효적 성과 거두길

입력 2012-03-25 18:29

세계 최고위 안보포럼이라 할 수 있는 제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오늘 개막된다. 53개국 정상과 정상급 대표, 유엔 등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핵 테러 방지와 핵 안전을 목적으로 핵물질 제거 및 최소화, 불법거래 차단, 원자력 시설 보호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다. 2010년 1차 워싱턴회의 때보다 더 구체적인 장치와 제도 등 실천방안들이 도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다만 회의의 기본 성격이 핵 테러 등 핵 안전문제에 있는 만큼 북핵문제가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아 아쉬운 점은 있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최근 국제사회의 긴급현안으로 떠오른 장거리 미사일문제와 함께 양자회담 등을 통해 장외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이번 회의가 본래 목적인 핵 안보는 물론 북핵·미사일 문제에서도 실효성 있는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실제로 이번 회의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수백㎏에 달하는 핵물질 감축계획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참가국들도 민수용 고농축우라늄의 제거 또는 비군사용 전환계획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핵무기 수천개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이 폐기되는 것인 만큼 그 자체로 의미가 클 뿐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에 의한 핵무기 원료 탈취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측면에서도 대단히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일부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핵안보정상회의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들은 핵 군축이나 핵 비확산이 전제되지 않은 핵 테러 방지 등은 ‘핵 없는 세상’과 무관한 허구라고 주장한다. 핵보유국들의 핵 군축이 먼저라는 것이다. 또 정상회의가 원자력 발전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핵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기존의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한꺼번에 폐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당장 시급한 것은 그것들이 탈취나 불법 거래 등을 통해 테러분자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초래될 수 있는 끔찍한 사태를 막는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바로 이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이다. 또 원자력 발전을 지지하기보다는 원자력 시설의 보호가 회의의 목적이다. 이 분명한 사실을 왜곡하는 세력에 의해 정상회의에 누가 끼쳐지는 것을 용납해선 안 된다.

이와 함께 정상회의에서 북핵과 관련한 성명 등이 나올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가당찮은 협박에 흔들려 북핵문제를 모른 체하고 넘어가선 안 된다. 장거리 미사일 문제와 더불어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같은 망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국제공조를 통해 분명히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