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춘근] 北 미사일 위협은 장고 끝 惡手
입력 2012-03-25 18:25
북한은 김일성 100주년 생일(4월 15일)에 즈음해 광명성 3호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지난 16일 발표했다. 다른 때와는 달리 남쪽을 향해 발사할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을 겁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가 우주계획이 아니라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사실을 애써 설명할 필요는 없다. 식량을 구걸하는 나라가 우주개발을 위해 수억 달러씩 쓴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북한 정권은 대외 도발을 통해 긴장을 확대재생산함으로써만 국민들의 저항을 억압할 수 있는 체제다. ‘남조선과 미 제국주의자들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군사력을 최우선시해야 하며, 때때로 제국주의 적들에게 북한의 능력을 과시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굶을 수밖에 없게 되었어도 이를 참아야 한다’는 것이 북한 위정자들의 억지 논리다.
中 반발까지 불러온 군사모험
북한은 2010년 김정은의 권력승계를 공고히 하는 방편으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도발을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정권을 물려받은 김정은과 지지 세력은 권력을 보다 확실하게 구축하기 위해 또 다른 도발을 구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민들에게 보다 풍요로운 생활을 제공함으로써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려 하지만 김정은의 북한 권력은 그렇게 할 도리가 없다. 남은 수단은 대외적 군사 도발뿐인데 천안함 폭침, 연평도 도발로부터 교훈을 얻은 대한민국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으니 북한은 어떤 도발을 일으켜야 할지 오랜 기간 고심했을 것이다.
북한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을 빼앗는 도발은 가급적 피하려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드는 방법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장고 끝에 생각해 낸 것이 남쪽을 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우김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볼 요량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광명성 3호를 발사하겠다고 발표한 순간부터 대한민국은 물론 미국, 일본, 특히 중국으로부터도 엄청난 압박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바로 2주 전 약속한 식량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정부는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직접 소환해 강한 우려와 반대의 뜻을 표명하는 강수를 들고 나왔고,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쪽으로 향할 경우 미사일로 요격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 역시 일본의 이지스함보다 성능이 더 좋은 최신형 군함을 보유하고 있다.
발사계획 자체를 취소해야
한국군과 미군은 북한의 미사일 1단계 로켓이 군산 앞바다에 낙하할 것이며, 그 경우 로켓을 회수해 북한의 미사일 발전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 핵무기의 장거리 운반 수단을 개발하기 위한 중대한 도발 행위’라고 결론을 내렸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한·미·일 3국의 최신예 군함들은 동지나해 해역, 즉 중국의 앞바다에서 북한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 혹은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을 경쟁적으로 과시할 것이다. 중국이 분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을 겁주고 북한 주민들을 단속하기 위해 오래 궁리한 북한이 악수(惡手)를 둔 꼴이다. 이리해도 저리해도 별로 득이 될 일이 없는 상황에 도달했지만 그래도 북한을 위해 덜 나쁜 일은 미사일 발사 계획 그 자체를 취소하는 것이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