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정택 (14) 철야기도회 반주 1년만에 “이젠 연예인 전도”

입력 2012-03-25 18:16


기도원 반주자의 일은 꽤 어려웠다. 매주 화요일이면 일을 마치자마자 득달같이 집으로 달려가 옷을 갈아입고 키보드를 챙겨들곤 기도원으로 향해야 했다. 저녁기도회 참석자들이 오기 한 시간 전에는 가야 키보드를 설치하고 기도로 준비할 수 있었다.

끝나는 시간은 더욱 힘들었다. 적어도 새벽 2시나 3시는 돼야 기도회가 끝나는데, 집에 돌아오면 보통 4시는 된다. 그야말로 파김치가 된 몸으로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음날 아침이면 부랴부랴 출근하기 바빴다. 처음엔 ‘내가 왜 이 일을 떠맡았을까’ 하는 후회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의지보다 성령의 주장으로 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후회 같은 건 금세 사라졌다. 그러면서 ‘일단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자정 넘어서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에도 나는 계속 반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목청을 올려 간절히 기도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 기도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솟구쳤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키보드 밑으로 들어가 기도하기 시작했다. 잘 나오던 반주가 갑자기 끊기면서 반주자도 없어지자 놀란 원장님은 내 아내에게 가서 무슨 일인가 하고 물었다.

“김 집사님 어디 가셨어요?”

“아뇨, 그럴 리가요…. 어! 저기 있네요.”

키보드 밑에 쪼그리고 앉아 정신없이 기도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등을 건드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보니 원장님이었다.

“집사님, 반주 해주셔야죠.”

나는 다시 키보드 앞에 앉아 반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기도하고 싶은 강한 열망으로 키보드를 치자 손가락은 연주를 하고 나는 기도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노련한 연주자라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였다. 하나님의 엄청난 은혜가 아니고는 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그날 나는 기쁨으로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의 기도원 ‘개근’은 내가 생각해도 가상할 정도로 계속 이어졌다. 두어 달이나 갈까 했는데, 일년을 가뿐히 넘기고도 계속됐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성경 읽고, 설교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내 속에서 뭔가가 꼼지락거리면서 일어났다. 주위 사람들을 전도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어느새 ‘나도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그때부터 나에겐 흔히 말하는 ‘기도 제목’이라는 게 생겼다. 바로 전도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누굴, 어떻게 전도하느냐 하는 생각이 늘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답을 찾았다. 나의 일터인 방송국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전도하자는 것이었다. 예술단장으로서 불가피하게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 연예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면 누구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방송국을 나의 전도밭이자 사역지로 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연예인 전도야말로 참으로 주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들은 대부분 물거품 같은 대중의 인기에 집착해 불안과 초조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다보니 마약이나 알코올, 문란한 사생활로 곧잘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 그들이 예수님을 영접하면 예수님이라는 든든한 반석 위에 굳게 서서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연예인들은 대중적인 영향력이 어느 직업의 사람들보다 크다. 그들이 복음전도자가 된다면 그 반향은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래, 내가 그들로 하여금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을 먹고 사는 사람,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