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전진호] 原電 실질적 규제와 감시 이뤄져야

입력 2012-03-25 18:18


오늘부터 이틀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53개국 정상과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4개 국제기구가 참가해 핵테러 대응, 핵물질 및 핵시설 방호, 핵물질 불법거래 방지 등 핵안보 강화방안을 논의한다. 또 지난해 3월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의 변화를 반영해 원자력안전 문제가 이번 회의의 중심의제인 핵물질 안보 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협의한다.

원자력 확대, 국민합의 있어야

이번 회의에서 원자력안전 문제를 의제로 채택해 핵안보와 원자력안전 간의 시너지 강화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게 된 것은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영향이다. 후쿠시마 사고는 탈 원전 의존, 원전 안전의 강화, 원전사고 대응 매뉴얼의 재정비, 적절한 정보의 신속한 전달 등의 ‘유산’을 남겼다. 또 원전의 안전문제가 국경을 넘는 초국가적 문제이며 원전의 안전 확보에 국제사회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이용국은 원전의 안전 강화를 위한 협력은 물론 사고 대응 매뉴얼의 재정비, 중대사고 시의 국제협력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원전 14기를 증설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현재 36%에서 70%까지 올릴 계획이었던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또 2020년까지 원전의 설비용량을 대규모로 증설하려던 중국도 후쿠시마 사고 후 신규 원전 사업추진의 중단을 선언하고, 이미 승인한 28기는 건설하되 공사에 착수하지 않은 24기의 신규 원전 사업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런 중·일의 대응에 비해 앞으로 14기의 원전을 건설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24년까지 48.5%로 높이고, 원전 수출을 주요한 수출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리는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비극이 우리나라에서는 발생하지 않도록 원전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또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에너지정책과 원자력정책 전반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고에너지 소비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생산하는 소비적 에너지 담론을 유지해 왔으나 이제는 친환경적이고, 재생 가능하고, 저소비적인 에너지 담론을 구축해야 한다. 에너지 소비가 계속 늘어가는 상황에서 원자력 이외의 대안을 아직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발적 안전강화 노력 시급

원자력담론에 대해서도 정부가 견지하고 있는 원자력 확대정책에 대해 국민적 토론을 통해 원자력 이용노선에 대한 국가담론을 확립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해 온 원자력 확대정책을 21세기에도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새로운 에너지담론에 기초한 탈 원전의존 정책으로 전환할 것인가, 기존 원전은 유지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은 억제하는 제3의 대안을 선택할 것인가 등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러한 합의 위에서 한국의 에너지정책 철학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21세기 대한민국이 추진해야 할 에너지 및 원자력 등에 관한 새로운 문명담론을 구축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전체 원전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물론 원전안전 매뉴얼, 사고대응 매뉴얼의 재정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 원전은 안전하다는 자화자찬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정전사고가 일어났다. 정전 시에 작동해야 할 비상용 디젤발전기도 먹통이었다.

12분간의 정전사태도 중대한 문제이지만, 은폐가 더욱 심각한 문제였다. 당시 고리 원전은 후쿠시마 이후 쓰나미에 대비해 원전의 방벽을 7.5m에서 10m로 높이는 공사를 진행 중이었는데, 문제는 방벽 내부에 있었다. 비상용발전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후쿠시마 사고와 고리 원전의 사고 은폐가 주는 교훈은 원전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원전 운영주체의 자발적 안전강화 노력이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사람의 문제’와 원전 규제기관에 의해 실질적 규제 및 검사가 이루어지는 ‘제도의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진호(광운대 교수·국제협력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