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순영] 함께하는 꿈, 같이하는 공약
입력 2012-03-25 18:17
선거 때만 되면 각 당과 후보들이 빠지지 않고 내놓는 것이 중소기업 공약이다. 이 땅의 300만 중소기업인과 근로자, 그들의 가족들은 선거 때만 되면 마음이 설렌다. 결과는 늘 역시이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가슴이 부풀려지곤 해왔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 고도성장의 구조적 문제점이 현재화되기 시작한 1990년 전후부터 역대 정권과 후보들은 하나같이 중소기업 경영환경의 획기적 개선과 지원예산의 확충을 약속해왔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 조직의 개편도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메뉴의 하나였다. 물론 그 결과로서 중소기업청이 생겨나고, 한때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중소기업 성장에 기여했다.
그러나 역할이 외청 또는 한시적인 조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중소기업의 열망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근 상황만 해도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수익성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취업회피가 심화되면서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대표적 공약이 중소기업부 설치이다. 필자는 중소기업부 설치 여부 자체는 중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과연 정권과 후보가 진정으로 중소기업의 사회경제적인 역할과 위상을 이해하고, 중소기업이 경제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대한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정권의 존립을 걸 실천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사회경제 각 부문에서의 양극화는 점차 우리 시장경제의 존립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고, 이의 해결은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대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각 당과 후보들의 총선 공약을 보면서 우려되는 것은 복지 공약만 난무하고 성장과 일자리에 대한 비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부 설치를 공약하고 있어도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의지와 대안을 준비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성장과 일자리는 중소기업 창업과 육성에 의해서만 보장받을 수 있는데도 그렇다는 것이다.
공약과 관련해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어느 당, 어느 후보의 공약이든 유권자들과 함께 꿈을 공유하고, 유권자들과 함께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제주체들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뛰어 이룰 수 있는 것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경제를 있게 한 것은 지도자와 우리의 아버지, 형, 누나들이 함께할 꿈이 있었고, 함께 혼신을 다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활성화도 함께할 명확한 꿈과 같이할 구체적 실천 공약을 통해서 달성할 수 있다. 함께할 꿈이 있어야 추진동력이 생기고, 같이할 목표와 동반자가 있어야 장애를 넘어설 수 있다.
각 당과 후보들이 향후 발표할 공약은 경제주체들이 함께 한국경제의 미래를 열어 갈 희망과 꿈이 담긴 공약이기를 기대한다. 꿈이 있는 청년, 꿈이 있는 근로자, 꿈이 있는 중소기업인들이 한국의 경제성장사를 새로이 쓸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공약이어야 한다. 단순히 선거용으로만 내놓는 중소기업 공약은 중소기업인들과 역사에 대한 기만이다.
중소기업인들은 각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살펴, 중소기업인과 함께 중소기업 시대를 열어 갈 꿈을 갖게 하고, 중소기업인과 함께 그 꿈을 실현해 나갈 정당과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이것은 곧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따듯한 한국형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실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홍순영(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