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이인규 자택 압수수색…불법사찰 재수사 탄력
입력 2012-03-23 23:51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가 불법사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을 지난 20~21일 2차례 조사한데 이어 23일 핵심 관련자 4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형사3부장)은 23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관련자 4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이 전 비서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전임자 김모씨, 이 전 비서관의 지시로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공인노무사 이모씨 등 4명이다.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은 국내 거주지가 없어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서관은 최 전 행정관을 통해 장 전 주무관에게 총리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하면 이 전 비서관의 불법사찰 개입 여부도 조사한다”고 말했다. 이 전 지원관은 2010년 수사 당시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기소돼 10개월 복역한 뒤 지난 5월 출소했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 ‘윗선’에 보고한 증거들을 수집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수사의 성패가 이 전 비서관을 넘어 청와대 ‘윗선’의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0년 1차 수사 때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까지만 기소하고 청와대 개입여부는 전혀 밝혀내지 못해 부실·축소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청와대의 개입은 크게 불법사찰 지휘와 증거인멸 지시 과정으로 나눠볼 수 있다. 현재까지 장진수 전 주무관 측이 공개한 녹취록과 육성파일 등을 종합하면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이 민정수석실을 배제한 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지휘해 민간인 불법사찰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은 중앙 징계위원회에서 징계가 시작되면서 뒤늦게 사태수습에 개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장 전 주무관의 변호인인 이재화 변호사는 “민정수석실에서 장 전 주무관에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 시작한 게 징계위 직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도 1차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허점을 드러냈다. 검찰이 지난 16일 재수사를 결정한 지 1주일 만에 압수수색에 나서 실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불법사찰 윗선 규명에 핵심 인물인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석연치 않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