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D-18] 민주, 관악乙·안산단원甲 ‘양보’… 야권연대 재시동
입력 2012-03-23 21:52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에서 사퇴한 것은 자신과 진보 정치권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시민사회 원로들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로써 총선에서의 야권연대가 회생할 수 있게 됐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완전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희 사퇴 막전막후=지난 20일 관악을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응답자 나이조작’ 사건이 불거지자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이 공동대표의 거취를 놓고 줄다리를 시작했다. 그가 재경선을 제안하며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선에서 진 민주당 김희철 의원이 재경선을 거부하며 이 공동대표의 후보사퇴를 요구해 야권연대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민주당이 이 공동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면서 경기도 안산단원갑 경선에서 패배한 백혜련 변호사를 전격 공천하자 야권연대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급기야 야권연대를 주선했던 시민사회원로 그룹이 기자회견을 갖고 수습책을 제시하면서 양당 간 물밑교섭이 시작됐다.
결정적인 역할은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한 것으로 보인다.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 고문은 22일 밤 급거 상경, 이 공동대표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다. 광주에 내려간 이 공동대표는 다음날 귀경할 예정이었으나 문 고문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왔다. 두 사람의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 고문은 이 공동대표가 사퇴하지 않고서는 수습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에는 최대 우군인 통합진보당마저 등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비당권파인 구민주노동당 비주류와 진보신당 탈당파, 국민참여당파 사이에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이 공동대표 입장에서는 민주당이 자신을 야권 단일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고 나선 마당에 당선을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설령 당선된다 하더라도 ‘식물 국회의원’이 될 것이란 생각에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연대 전망=이 공동대표의 사퇴로 야권연대는 다시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한명숙 대표가 수습의 전면에 나섰다. 이 공동대표 사퇴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야권연대 갈등의 핵심인 서울 관악을과 경기도 안산단원갑 공천문제를 재빨리 매듭지었다. 두 지역 다 통합진보당에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관악을에선 김희철 의원을 구제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통합진보당에서 새 인물을 공천하도록 배려했다. 한 대표는 “김 의원의 경우 탈당을 만류했지만 기어코 탈당을 했다”며 “김 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아니란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선 후 민주당 복당을 다짐하고 있어 야당 성향 표가 분산돼 새누리당 후보와 더불어 치열한 3파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에서 통합진보당 측이 단일후보로 나서는 곳은 8개 지역이다. ‘이정희 파동’으로 인해 이들 지역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통합진보당 후보들에게 적극적으로 투표할지는 미지수다. 양당 간에 앙금이 생긴 상황에서 민주당 단일후보들 역시 통합진보당 지지자들로부터 전폭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부산, 경남 등 비수도권 단일후보 지역은 이번 파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