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년] 잠수함 발견… 폭뢰 투하·함포발사 ‘8분만에 작전 끝’
입력 2012-03-23 18:37
서해 초계함 훈련현장 르포
“미식별 수중물체 탐지. 미식별 수중물체 탐지.”
21일 오후 3시26분. 천안함과 같은 1200t급 초계함 ‘영주함’ 전투정보실에서 소나(음파탐지기)를 통해 수중음파를 분석하던 신세윤(38) 상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영주함이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로부터 서쪽으로 83㎞ 떨어진 목덕도 인근에서 사격 훈련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목덕도 서쪽 28㎞ 지점에서 탐지된 수중물체는 적 잠수함으로 판단됐다. 함장 홍정완(44) 중령은 즉각 적 어뢰 회피를 위해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가동하고 “대잠사격준비”를 외쳤다. 5∼6명의 승조원들이 쏜살같이 달려가 함미에 장착된 10발의 MK-9 폭뢰 가운데 한 발을 투하했다. 몇 초 뒤 폭뢰 투하지점에서 둔탁한 소리가 나며 흰 물기둥이 치솟았다. 포술장 진현일(31) 대위는 “폭뢰 긴급공격 완료, 인원 장비 이상 없음”이라고 작전 완료를 보고했다. 미식별 물체를 포착한 지 불과 8분만이었다.
대잠관 조선혜(27·여) 대위는 안도했다. 천안함 2주기를 맞아 실시된 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18년 경력의 베테랑인 음탐사 신 상사는 양만춘함(3200t급)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12월 영주함으로 옮겼다.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감시업무를 수행하는 초계함의 대잠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앞서 영주함은 유도탄 고속함 조천형함과 지덕칠함(이상 570t)과 함께 적 함정을 가상한 장거리 표적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유도탄 고속정은 연평해전을 치렀던 참수리급을 대체하는 최신예함으로 이날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훈련에는 천안함 피격 희생자인 고(故)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69)씨가 기탁한 성금으로 도입한 ‘3·26 기관총’도 발사됐다. 3·26은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에 피격된 날을 의미한다. 대잠훈련이 마무리되고 얼마 안돼 또다시 “총원 전투배치” 명령이 떨어졌다. 재빨리 선상으로 달려가는 승조원들의 발소리가 갑판을 뒤덮었다. 영주함 승조원들은 하루에만 3번 훈련을 실시했다.
천안함 피격사건 이후 2함대 소속 고속함과 초계함의 훈련 강도는 2배 이상 세졌다. 출동한 함정들은 적어도 하루 2차례 훈련을 실시한다. 수리반 손재성(23) 하사는 “힘은 들지만 자신감을 더 갖게 된다”며 땀이 흐르는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영주함 곳곳에는 승조원들의 전투 의지가 묻어나는 구호가 붙어있다. 갑판실 침실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전우는 가슴에 묻고, 적은 바다에 묻는다’ ‘부상하면 격침하고 잠항하면 수장하라’라는 구호가 나왔고, 함장이 전투지휘를 하는 함교 창틀에도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는 구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모두 천안함의 비극을 두 번 다시 허용치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어둠이 내려앉은 오후 7시쯤 평택기지로 복귀한 영주함의 한 승조원은 “북한이 도발한다면 목숨 바쳐 바다를 지킨 전우들의 몫까지 철저하게 갚아주겠다”고 말했다.
평택=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