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2년] 생존 해군 42명 “수장 동료에 다짐… 제2 천안함은 없다”

입력 2012-03-23 21:54


생존 해군·유가족·윤종성 조사본부장 인터뷰

천안함 생존자 박연수(30) 대위와 허순행(41) 상사, 김효원(24) 공창표(24) 하사는 여전히 해군 평택 2함대를 지키고 있다. 이 함대는 천안함이 피격되기 전 소속됐던 부대다.

지난 21일 이들은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피격 당시 충격으로 무릎인대 부상을 입었던 공 하사는 “차가운 백령도 앞바다에 수장돼 있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떠날 수 없었다”며 무거운 입을 열었다. 그는 2함대 항만지원단 고속단정 정장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작전관이었던 박 대위도 “여기서 다시 일하면 날마다 그날 기억이 떠오를 것이라고 가족들이 무척 반대했다”면서 “하지만 해군 장교로서의 의무라 생각해 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원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료들을 먼저 보낸 처절한 아픔을 안고 바위처럼 굳게 살겠다는 다짐으로 2함대를 떠나지 않았다. 박 대위는 지상 근무를 한 뒤 지난 7월부터 다시 함상 근무를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도 꿈속에서 2년 전 사망한 동료들을 만난다. 김 하사는 “꿈에서 만날 때마다 북한에 대해 반드시 복수해주겠다는 말을 전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옆에 앉아있던 허순행 상사는 “우리에게 심한 자책감을 주고 있지만 아픔을 딛고 더 강하게 살아가는 것이 남은 자의 의무”라며 공 하사의 어깨를 다독였다.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생존한 해군 58명 가운데 16명은 전역했고 현재 42명이 복무 중이다.

꽃다운 생을 마쳐야 했던 46명의 희생 장병 유족들은 아직도 가슴 가득 눈물이 고여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고(故) 이용상 하사의 아버지 이인옥(50)씨는 아들 이름이 쓰인 묘석을 꼼꼼히 닦았다. ‘2010년 서해 북방한계선(NLL) 사수작전 수행’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묘석을 더듬으며 그는 슬픔을 삼켰다. 전역을 한 달 앞두고 천안함 후타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그때의 아들 모습이 어른거렸는지 연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되뇌었다.

지난 2년간 유족들은 슬픔과 천안함 피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시선 때문에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고(故) 최정환 상사의 매형이자 천안함재단 자문위원인 이정국(41)씨는 “숨진 장병들이 패잔병이란 소리까지 듣기도 했다”며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가 그리운 유족들에게 비수를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 민·군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예비역 윤종성(55) 장군은“북한 소행이 명백한 상황에서 아직도 믿지 못하는 분들이 있는 게 안타깝다”면서 “진실을 우리 사회 모두가 받아들이고 북한 위협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천안함 46용사와 인양 작업 중 사망한 고(故) 한주호 준위, 금양호 선원들의 죽음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전 평택=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정재학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