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깨끗한 선거 물 건너갔나

입력 2012-03-23 19:18

4·11 총선 후보자 등록이 어제 마감됨에 따라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을 겨냥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등 약속을 뒤집으면서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4년간의 총체적 실정을 끊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MB정권 심판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12·19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어 양당의 선거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불법·탈법 선거다. 총선과 관련해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유권자나 후보자를 금품으로 매수하다가 입건된 사람이 벌써 50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18대 총선 당시 같은 기간 입건자의 두 배를 넘었다. 이러니 깨끗한 선거는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여야가 공천한 후보 30명 이상이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총선이 끝난 뒤 수십 곳에서 재선거가 실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종전과 달리 법원이 선거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천명하고 나섰기에 더욱 그렇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금권선거와 흑색선전을 비롯해 공정선거를 해치는 선거범죄에 대해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당선자 16명이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18대 총선 때보다 이번 총선에서는 더 많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의원직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선거가 무더기로 치러질 경우 그 부담은 국민 몫이다. 2003년부터 최근까지 각종 재·보선에 소요된 비용은 1200억원 가량 된다.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불법 선거운동이 막대한 국고 낭비까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검·경은 선거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고, 법원은 엄히 벌해야 한다. 올 총선이 더 이상 타락하지 않도록 정치권과 유권자들도 힘을 보태야 한다. 여야는 불법을 저지른 후보들에 대해선 즉각 공천을 취소하고, 유권자들은 불법행위를 표로써 심판하겠다는 각오를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