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라면 값 담합해 서민 등이나 치다니

입력 2012-03-23 19:17

라면업체들이 9년 동안 6차례나 가격을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서로 짜고 라면 값을 올린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한국야쿠르트에 과징금 1354억원을 부과했다고 22일 밝혔다. 업계 1위인 농심이 전체 과징금의 79.6%인 1077억6500만원을 물게 됐다.

농심이 라면 값을 올리면 다른 회사들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똑같이 가격을 인상하는 식으로 담합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라면업체들은 가격인상안과 제품 생산·출고예정일은 물론 판매실적과 홍보대책 등 민감한 정보까지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농심은 가격을 올리고도 거래처에는 종전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는 구가(舊價)지원 방식으로 다른 업체들의 라면 값 인상을 압박했다.

라면은 전 국민이 매주 평균 1.5개씩 먹는 ‘국민 식품’이고, 특히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한 저소득층이 주식처럼 애용하는 식품이라는 점에서 라면업계의 담합은 지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라면업계가 담합을 통해 9년간 서민들의 얄팍한 지갑으로부터 1조5000억원가량을 뜯어 갔다고 지적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저소득층의 등을 친 것이나 진배없는 파렴치한 상술이다.

라면업계가 담합을 위해 주고받은 이메일 340건을 공정위가 확보했고, 삼양식품이 자진 신고했는데도 일부 업체가 담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라면업계는 소비자들을 기만한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라면 값을 내려야 할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는 기업이라면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

공정위는 ‘한 건’ 했다고 자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라면업계가 9년간 담합하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가전제품, 휴대전화, 휘발유, 비료, 밀가루, 보험료 등 독과점 분야에서 업체들의 담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만큼 지속적이고 철저하게 시장 감시 활동에 나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