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라이프] “천안함 피격 2주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점차 잊혀지고 있는데 국민의 안보의식도 흐려질까 안타깝습니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에서 어뢰 잔해를 건져 올리기 위해 ‘쌍끌이 어선’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박준홍(59·공군오산기지교회 장로) 전 공군작전사령부 안전검열 및 비행사고 조사관의 생각은 단호했다. ‘천안함 46 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의 안타까운 희생을 기억하고 이들의 나라사랑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천안함 사건 민군합동조사단은 그의 제안을 차용해 어뢰 추진 동력장치 등 주요 잔해를 찾아냈다.
그는 2006년 동해 공해상에 추락한 F-15 전투기의 잔해를 수심 370m의 바다 속에서 끄집어내는 데 쌍끌이 어선을 처음 사용했다. 2007년 서해 어청도 인근에서 추락한 F-16전투기의 잔해도 수심 55m 해저에서 찾아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전투기나 선박의 잔해만 봐도 사고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천안함은 외부 충격을 받은 게 분명합니다. 내부 폭발이라고 가정한다면 선박의 쇠들이 밖으로 휘어야 하는 데 쇠는 밖에서 안으로 휘어 있고 암초에 긁히거나 높은 파도에 좌초된 흔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쌍끌이 그물로 인양된 부품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살펴보면 북한의 어뢰로 인한 침몰이라고 100% 확신합니다.”
박 전 조사관은 지난 해 12월 만 58세로 정년퇴임한 공군의 첫 안전검열 및 비행사고 조사팀장이다. F-4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1983년 9월 대한항공 여객기피격사건을 시작으로 10여년 항공기 사고조사를 담당했다. 2002년 11전투 비행단 부단장(대령)을 끝으로 예편한 뒤에는 9년여 동안 29건의 군용기 사고 조사를 총괄했다. 지난 해 아시아나 화물기가 제주도 인근에 추락한 사건의 조사방법도 정부에 소개하기도 했다.
30여년간 4000여회의 비행 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형광등이 왜 부서지지 않았느냐’, ‘북한제 어뢰의 1번 글자 조작’ 등 무슨 발표를 해도 의혹을 제기하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부서진 형태를 보면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 현상들이 나타나곤 합니다. 전투기도 고속으로 비행하다 추락하면, 예컨대 작은 전구 같은 것은 깨지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과학적으로 사고 조사가 되지 않으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교회 장로인 그는 베푸는 삶에 관심이 많아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다. 앞으로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항공기 조종 자원봉사를 하기위해 민간조종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모든 사건에는 잃은 게 있고 얻는 게 있습니다. 북한도 천안함을 폭격해 전 세계에 침략성을 드러내니 얼마나 타격이 크겠습니까. 경제제재를 당하고 장기적으로 보면 손실이 더 클 겁니다.”
그는 한국교회가 신뢰회복 운동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천안함 피격 사건처럼 무슨 발표를 해도 믿지 않는 사회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인간은 항상 사고에 노출돼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안전하다고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지요. 늘 사고가 없도록, 안전을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는 성도들이 되길 기원합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천안함 피격2주년, F-15 인양 경험으로 '쌍끌이' 인양 제안한 박준홍 장로
입력 2012-03-23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