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35) - 코는 굴뚝이 아니라오

입력 2012-03-23 16:22

“코는 굴뚝이 아니라오”

매섭게 추운 겨울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습니다. 버스 정거장에 도착하니 청년 하나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나이 또래인 그는 담배를 연속해서 피워갔습니다. 새 담배 가치에 불을 옮겨 붙인 뒤에 꽁초를 쓰레기통에 휙 던졌습니다. 담배 연기가 김과 섞여 코와 입이 기차 화통처럼 보였습니다.

나 예수는 담배연기를 피하여 바람 부는 쪽으로 옮겨 섰습니다. 그 친구가 한 가치 더 태운 되에야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그 친구는 담배를 꼬나문 채 나보다 먼저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는 요금카드를 댄 뒤 좌석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손님, 이 버스는 금연인데요.”

40대나 된 여성운전기사가 주의를 주었습니다.

“알았어요, 누님. 피우던 것 마저 끝낼게요.”

그 담배장이 청년은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그리고 운전기사도 알았다는 듯이 별 신경 안 쓴 채 버스를 몰았습니다.

좌석은 꼭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 담배장이 청년 옆 자리였습니다. 담배 냄새가 너무 역해서 앉기가 무척 곤혹스러웠습니다. 그 친구가 꽁초를 바닥에 버릴 때까지 가운데 통로에 서 있었습니다.

“형님, 담배 맛도 모르면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나 예수가 그 옆 자리에 앉자마자 그렇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아무나 붙잡고 누님 형님 하는 품이 밉지는 않았습니다.

“담배 안 피우는 재미에 살지요. 담배 피우는 자유가 있다면 안 피우는 자유도 있는 것 아닐까요.”

버스 손님들의 시선이 우리들 대화에 집중되는 걸 느꼈습니다. 모든 승객이 금연파와 흡연파로 나누어지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 담배장이 청년은 어느 대학에 시문학 강의하러 간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담배 한 갑을 연속으로 태워야 머리가 맑아지고 시상이 떠오른다며 담배철학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쓴 시 한 수도 소개했습니다.

“마음속에 있는 시심(詩心)이 담배연기를 타고 이리 저리 방랑하다가 한 편의 시로 정착되곤 합니다. 500도가 넘는 뜨거운 불에 타들어가는 담배와 그 연기를 보면서 내 생명이 타들어가는 걸 느끼곤 하지요. 결국 생명을 불태워서 쓴 시라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담배간증이었습니다.

“글쎄요. 창조주께서 코를 굴뚝처럼 거꾸로 만드시지 않은 뜻이 무얼까요? 그리고, 담배 안 피우고 좋은 시를 쓴 사람들도 꽤 많지 않습니까? 특별히 창조주를 찬양하는 시 말입니다.”

나 예수는 신앙간증으로 맞섰습니다.

그 담배장이 청년의 얼굴에는 당황하는 빛이 보였습니다. 실은 ‘담배는 마약으로 판정되지 않았던가요’ 하는 말을 붙이려다가 때가 아니라고 판단되어 입 속으로 도로 집어넣었습니다. 그 대신 눈으로 먼 하늘을 응시하며 간곡히 기도했습니다.

“하늘 아버님, 담배마약에 꽁꽁 묶여 노예가 된 이 친구를 속히 풀어주시옵소서.”

그 청년 얼굴에 희열이 솟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큰 진리를 깨달았다는 희열입니다.

이정근 목사 (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