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의형제 “이젠 봉사하며 삽니다”… 김영견·정기모씨의 ‘희망 찾기’
입력 2012-03-22 19:23
“이웃을 위한 봉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어요.”
부도와 실직의 고통에 시달리던 김영견(58), 정기모(54)씨는 5년여 만에 ‘기초수급자’에서 탈출, 인테리어 사업을 하면서 집수리 등으로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부산 서대신동에 있는 인테리어 업체 ‘러브인테리어’를 운영하는 두 사람은 22일 대신동 이모(55)씨 집을 찾아 10여평 단칸방을 무료로 도배하고, 장판도 교체해줬다. 이씨는 부인이 아픈 데다 생활이 어려워 친척집 빈집에서 어렵게 사는 형편이다.
김씨와 정씨는 지난달 28일 월세 단칸방에 고교생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소년소녀가장 박모(18)양 집의 낡은 창문을 수리했다. 독거노인 김모(78·여)씨 등 올 들어 어려운 4가구의 집을 찾아 무료로 보수를 했다.
두 사람은 5년 전까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배관·용접공이었던 김씨는 IMF 외환위기 때 20여년간 다니던 조선소에서 실직했다. 김씨는 노모(79)와 3남매를 부양할 길이 막막했다. 정씨의 경우 운영하던 청과물업소가 부도난 뒤 절망에 빠졌다. 수년간 모았던 결혼 자금까지 날리면서 한때 삶을 포기하려고도 했다.
이때 두 사람은 박극제 부산 서구청장으로부터 희망의 소식을 접했다. 구청이 위탁운영하는 자활센터 사업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게 됐다. 이들은 센터 내 집수리사업단에서 도배와 보일러 수리 등 기술을 익혔다. 서구청이 매년 국·시비 20여억원을 투입해 운영하는 자활센터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어려운 이웃의 자립을 돕는다. 외환위기 이후 해마다 50여명의 창업을 도왔다.
김씨와 정씨는 의형제를 맺고 2006년 인테리어업을 창업했다. 비용이 시중보다 20∼30% 저렴한 데다 야무진 솜씨가 소문나면서 지난해 1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자활기금 4000여만원에 대한 상환을 끝낸 김씨와 정씨는 5년여 만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두 사람은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우리가 진 빚을 갚는 길”이라며 “어려운 사람들의 집수리가 필요하면 꼭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051-246-5605).
부산=글·사진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