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설 이후 뒤숭숭한 베이징… 당국, 인터넷 검열 강화·정보 차단으로 각종 괴소문 들끓어
입력 2012-03-22 18:59
“지금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회는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만큼이나 분열상이 밖으로 표출되고 있다.”
주중 미국대사를 지냈고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도 여러 차례 만난 존 헌츠먼의 현재 중국 최고지도부에 대한 진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헌츠먼이 “중국의 정치는 거칠다. 걸핏하면 급전직하할 수도 있다”면서 보시라이 실각 이후 지도부 분위기를 지적했다고 22일 전했다. FT는 특히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중앙정법위 서기, 사회치안업무 담당)이 이미 공개 석상에 나타나거나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조치됐다고 전하면서 “이미 어느 정도 통제 상태 아래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 중국에서는 내란설이 나돈 데 이어 각종 괴소문이 들끓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이번 주 들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보시라이’라는 단어 검색을 차단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은 특히 올가을 10년 만의 권력 교체를 앞두고 있어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검열이 강화돼 정보가 통제될수록 거꾸로 소문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아침 베이징 고속도로 상에서 두 여성을 태운 채 페라리 승용차를 몰고 가던 남자가 교각을 들이받아 그 자리에서 숨진 사건은 좋은 예다.
인터넷에 올려진 이 사건 관련 소식이 삭제되자 숨진 남자가 정치국 상무위원의 숨겨진 아들이라는 얘기가 인터넷에 퍼졌다. 물론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네티즌은 시나웨이보에서 ‘보시라이’에 대한 검색이 안 되자 암호로 ‘부허우(不厚, 두껍지 않다)’를 치기도 했다. 보시라이의 ‘보(薄)’가 ‘얇다’는 뜻인 데 착안한 것이다.
저우융캉이나 페라리, 쿠데타 등도 시나웨이보에서 차단됐다. 이에 따라 네티즌은 ‘저우융캉’의 경우 ‘캉스푸(康師傅)’라는 검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캉스푸’는 저우융캉의 마지막 글자를 따 만든 것으로 유명한 즉석우동 상표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문사이트 보쉰은 보시라이가 랴오닝성 다롄시 서기 등으로 근무할 때 유착 관계에 있었던 다롄스더그룹 회장 쉬밍(徐明) 등 기업인 2명이 20일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이들은 보시라이로부터 특혜를 받는 대신 보시라이가 자신의 승진을 위해 베이징의 ‘영도(領導, 지도자)’들에게 갖다 줄 현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