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나이조작’ 파문… 진보 원로들도 이정희 사퇴 압박

입력 2012-03-22 20:28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간의 야권연대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 관악을 후보단일화 여론조사 과정에서 야기된 ‘응답자 나이조작’ 사건을 놓고 두 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후보 단일화를 포함한 선거에서의 연대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관악을 경선에서 패한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으며 경선에 패한 다른 지역 양당 후보들도 경선에 불복해 출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후보 단일화로 수도권 초접전 지역의 승리를 이끌어 내 안정적인 제1당을 차지한다는 계획이었고, 통합진보당은 원내교섭단체(20석) 확보를 기대했으나 돌발적인 악재로 난관에 처하게 됐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22일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야권연대는 굳건히 간다”면서도 “통합진보당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사건 관련자인 이정희 공동대표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김 대변인은 또 “선거 중 후보 단일화를 조건으로 경기도 안산단원갑에 백혜련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자체 전략 공천했던 백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와의 경선에서 3표차로 패한 바 있다.

이에 통합진보당과 이 공동대표는 후보 사퇴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이 대표가 사퇴해선 안 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민주당이 야권연대 파트너인 수장을 매장하려 한다면 누구의 지지를 받겠느냐”고 비난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민주당이 백 변호사 공천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서울 동대문갑 등 (야권 단일후보) 미합의 지역에 우리 당 후보들이 출마하게 될 것”이라며 “극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양측이 대립하자 야권연대를 주선했던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는 기자회견을 갖고 “규칙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사실상 이 공동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또 양당 지도부 회동을 통한 수습책 마련을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이에 소극적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