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파국 위기] 통합진보당 ‘사면초가’… 국민들까지 “기존 정치권에 오염됐나” 질타

입력 2012-03-22 18:34

이정희 공동대표의 서울 관악을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통합당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나서서 “진보정당도 기존 정치권에 오염된 것이냐”고 질타하고 있어서다.

당 지도부는 일단 이 공동대표의 출마 강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가 후보를 사퇴할 경우 원내 교섭단체 구성을 노리는 당까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공동대표는 22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내 거취에 무엇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후보 사퇴를) 고려하겠지만 (야권연대를 이어가는데) 그런 것(불출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의 한 측근은 “사퇴해서 야권연대 불씨를 살릴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날 밤늦게까지 이 공동대표가 유시민 심상정 두 공동대표와 회동한 사실을 전하면서 “어느 누구도 공식·비공식적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도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이 공동대표가 공식적으로 기자들 앞에서 입장을 밝힐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파문을 하급 당직자의 ‘작은 실수’로 축소하는 대신 야권연대 와해 책임을 민주당에 전가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유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명확한 야권연대 합의 불복행위이자 합의파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기 안산 단원갑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탈락한 백혜련 변호사를 민주당이 재공천한 것에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그는 또 “우리가 도덕적으로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고 생각 안 한다. 우리도 실수를 저지를 수 있는 하나의 정치집단”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실수는 가만두고 통합진보당에게는 당 전체를 걸어야 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 공동대표도 “상대후보(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 측에서 노골적으로 여론조작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선거캠프의) 두 분이 그런 일을 한 것으로 안다. 오염이 두 군데 다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창당 이래 최대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사태로까지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을 지도부가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진보시민단체 출신 한 당직자는 “얼마 전까지 기성정당을 향해 술수니 당략이니 하며 맹공해 놓고선 우리 문제에 대해선 무조건 덮자고 하는 것 안 된다”고 꼬집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