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파국 위기] 야권연대 산파역 진보 원로들도 ‘이정희 사퇴’ 압박
입력 2012-03-22 18:34
야권연대가 파국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22일 통합진보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통합진보당이 이정희 공동대표 사퇴불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버티자 경선에서 진 경기도 안산단원갑 백혜련 변호사를 공천했다. 백 변호사는 통합진보당 조성찬 후보에 3표차로 패했으나 여론조사에 단원을 지역 주민이 일부 포함됐다는 이유로 재경선을 요구했었다. 백 변호사는 대구지검 검사로 있던 지난해 11월 검찰개혁을 요구하며 사표를 낸 인물로, 민주당이 영입해 전략공천했었다.
민주당이 경선불복으로 비쳐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 변호사 공천을 강행한 것은 이 공동대표의 사퇴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공동대표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다른 지역 경선 탈락자들의 불복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공동대표의 여론조사 나이 조작 사건이 터지자 경선에서 진 서울 은평을, 노원갑, 경기 고양덕양갑 예비후보들이 경선 불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공동대표가 사퇴를 거부하고 출마를 강행할 경우 경쟁자였던 김희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기 때문에 야권분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럴 경우 전국적으로 이뤄진 후보단일화가 무의미해진다. 양당 후보가 모두 출마함으로써 야권후보가 난립할 수 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 공동대표 사퇴 불가피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진보당의 복잡한 내부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공동대표가 사퇴하지 않고서는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김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통합진보당이 ‘이 공동대표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당 위원장인 김성순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 공동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확실히 드러난 만큼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또 “민주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김희철 후보의 탈당계는 반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권통합이나 연대가 필요하지만 야합으로 비치면 안 된다”며 “그동안 당의 정체성을 흔들고 당을 곤란에 빠뜨린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한명숙 대표는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이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신부, 김상근 목사, 박재승 전 대한변협회장 등 진보 원로인사 21명이 만든 모임으로, 야권통합과 야권연대를 주선해 왔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이 야권연대를 향한 헌신과 희생을 보여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은 또 “이런 자세야말로 야권연대의 감동을 되살릴 기초”라며 “관악을 지역의 문제를 이유로 다른 지역에서,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 경선위원회가 발표한 결과를 부정하는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야권연대가 좌초되는 것을 끝까지 방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설령 선관위 후보등록 때 상당수 지역에서 양당 후보들이 함께 등록하더라도 선거운동 기간 중 단일화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2010년 서울 은평을 재선거 때 선거운동 기간 중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룬 적이 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