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범선 미발표 유작 ‘나의 피난기’ 발굴… 계간 ‘본질과 현상’ 게재

입력 2012-03-22 18:23


‘오발탄’ ‘학마을 사람들’을 쓴 소설가 학촌(鶴村) 이범선(1920∼1982·사진)의 미발표 유작이 공개됐다.

계간지 ‘본질과 현상’은 봄호에 이범선의 1959년도 유작 ‘나의 피난기’를 게재했다. 이 글은 한국전쟁을 겪은 이범선이 1·4 후퇴로 다시 서울을 뺏기자 가족을 이끌고 피난길에 올랐던 경험을 남긴 자전적 기록이다.

이범선은 서문에서 “나의 평생에 있어 너무나도 기막힌 일이었기에 나는 여기 이것을 기록해 자손들에게 영원히 남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6·25라는 비극적 체험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범선의 고백과도 일맥상통한다.

1·4 후퇴 때 피난을 결심한 이범선은 아내와 두 아이를 이끌고 한강을 건너 노량진으로 가야 했지만 징집 대상인 ‘제2국민병’으로 돼 있어 경찰이 지키는 다리를 건너지 못한다. 결국 처자식을 먼저 경기도 수원의 지인에게 보내고 홀로 한강 이북에 남는다. 나중에 그는 탈북 피난민으로 위장해 가족과 다시 만나게 된다. 떳떳하지 못하게 징집을 피한 데 대한 마음의 갈등, 피붙이 형제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처참한 전쟁의 상흔 등을 현실적인 문체로 담았다.

‘본질과 현상’의 김영성 편집장은 “‘나의 피난기’는 이범선이 작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직접적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고 평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