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시 아직도 복마전인가
입력 2012-03-22 21:33
서울시 감사관실의 그제 감사 결과를 보면 아직도 공직자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권부서의 한 팀장은 지난해 12월 축산물 판매소 위생상태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위반사항을 눈감아 주겠다며 양주와 성 접대를 받은 것도 모자라 대형마트로부터는 상품권을 받았다. 그의 서랍에서는 수표, 현금, 리조트 숙박권이 무더기로 나왔다.
복마전이라는 오명을 오랫동안 달고 산 서울시가 전임 시장 재직 시 한때 청렴도 1위라는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이번의 감사 결과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시는 지난해에도 본청과 구, 사업소, 투자·출연 기관 감사에서 모두 13명을 파면 또는 해임 조치했다. 시장이 바뀐 사이 기강이 해이해진 탓인지 이번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본청의 한 과장은 법인카드로 호텔에서 가정용 고급 커피잔을 사기도 했다. 서울디자인재단의 비리는 더욱 기가 막히다. 허위 경력증명서를 낸 것을 눈감아 주고 연봉을 더 줬으며 아는 사람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가 하면 규정을 무시하고 수의계약을 맺어 2억원을 낭비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면서 감사에 민간인을 참여시키는 민·관 합동 감사제를 도입해 신뢰를 높이는 작업을 벌여왔다. 시민생활과 직접 관련 있는 이권부서가 많은 서울시로서는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감사가 수시로 진행돼야 효과가 높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제대로 수립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시에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시는 이번에 적발된 공무원을 엄하게 처벌하는 동시에 감사결과를 거울삼아 이권부서의 감사를 수시로 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하고 순환인사를 통해 비리의 고리를 끊기 바란다. 이런 점에서 오는 8월 조직개편에서 투자·출연기관 감사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키로 한 결정은 바람직해 보인다. 시 공무원들도 이제 비리의 고리를 끊어 수도 시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악행은 그만뒀으면 좋겠다. 언제까지 복마전이란 오명을 들을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