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선교사 후손 인요한씨, 자신의 공로로 첫 특별귀화… 117년 4代째 변함없는 한국사랑
입력 2012-03-21 21:50
한국의 교육·복지·의료 분야 발전에 기여한 미국 선교사의 후손 인요한(53)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21일 특별귀화했다. 선대(先代)의 공로로 후손이 특별귀화 허가를 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자신의 공로로 특별귀화자가 된 것은 처음이다.
인 소장은 “117년 동안 4대째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항상 2% 부족했던 것이 한국 국적이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기쁘고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사람에게 국적을 허용한다’는 국적법에 따라 인 소장을 특별귀화자로 선정하고 국적을 부여했다. 인 소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받은 후 “할아버지나 아버지도 지금 살아계셨다면 매우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지난 2010년 국적법을 개정해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정부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 소장은 1895년 미국 남장로교에서 파송된 고(故) 유진 벨(한국이름 배유지) 선교사의 외증손이다. 유진 벨의 사위이자 인 소장의 할아버지인 고 윌리엄 린튼(한국이름 인돈)은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 거부 등의 항일운동과 교육사업에 헌신한 공로로 2010년 건국훈장 애족상을 추서받았다. 인 소장의 아버지인 고 휴 린튼(한국이름 인휴)은 한국전쟁에 참전, 1960년 순천에 결핵진료소와 요양원을 세워 결핵퇴치 활동을 했다.
인 소장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시에서 성장했다. 1987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3년 고려대 의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과 연세대 가정의학과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인 소장은 남북 의료분야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1993년엔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해 119 응급구조 체계 구축의 산파역할을 했다. 인 소장은 2005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인 소장은 한국에서 특별귀화 허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5월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통해 기존의 미국시민권도 유지키로 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