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수 재소환… 변호인 “윗선 자료 가지고 있다”
입력 2012-03-21 19:14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스스로 몸통이라고 외쳤지만 그를 넘어선 ‘윗선’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검찰도 수사팀에 특수부 검사 1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인력을 보강해 수사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21일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한 장진수(39) 전 총리실 주무관을 이틀째 소환, 조사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 전 비서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관련 녹취록 등 물증을 검찰에 제출했다. 장 전 주무관의 이재화 변호사는 언론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윗선’ 관련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비서관의 육성이 담긴 자료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일개 비서관이 증거인멸을 할 이유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전 비서관을 넘어선 ‘윗선’이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의 진술 외에 녹취록 분석, 관련자 계좌추적, 통화기록 조회 등 전방위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최 전 행정관의 소환시기도 조율하고 있다.
장 전 주무관 측은 일단 검찰에 수사의지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검찰에서도 이번에야말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죽어야 사는 조직이다. 어차피 특검으로 갈 텐데 털어낼 수 있는 데까지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개입한 청와대 ‘윗선’으로는 사정업무를 담당한 민정수석실과 ‘영포라인’이 꼽힌다. 영포라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포항과 영일 출신 인사들을 말한다. 이 전 비서관과 최 전 행정관, 장 전 주무관,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김충곤 점검1팀장 등 민간인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주역이 대부분 영포라인이다. 정점에는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이) 이영호 정도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뒤에는 박 전 차장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비선조직인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정권 초기 ‘촛불 파동’으로 위기감을 느낀 정부가 공직자 근무기강을 확립한다는 명분으로 영포라인 인사들을 차출해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수석실은 불법사찰이 터지고 난 후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최 전 행정관이 2010년 7월 7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틀 전에 장 전 주무관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를 지시하면서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다 돼 있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건넨 사실과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이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상의한 끝에 대포폰 주장을 덮기로 했다는 것도 민정수석실의 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