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성은커녕 되레 호통치는 통합진보당

입력 2012-03-21 21:5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폐기돼야 한다는 좌파 성향의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최근 “19대 총선에서 안정적인 원내교섭단체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지역구 30곳에서 새누리당과 일대일 대결구도가 만들어져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20명 이상의 당선자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지지도가 5%정도인 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꿈꾸게 된 것은 야권연대 덕이다. 야권연대 없이는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민주당을 최대한 압박해 실리를 챙긴 것이다.

이랬던 진보당이 휘청거리고 있다. 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빚어진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다. 이 대표의 경우 자신의 보좌관 등이 서울 관악을 야권 후보단일화 경선 때 유권자들에게 나이를 속이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 일각과 진보신당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며 이 대표의 총선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 대표는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더욱이 진보당은 여론조작 주장은 정치공세에 불과하다면서 민주당에게 경선결과에 승복하라고 되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 심상정 대표(경기 고양 덕양갑), 노회찬 대변인(서울 노원병)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한 민주당 후보들은 진보당 차원의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경선 여론조사 진행상황을 진보당 진영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던 점 등이 근거다. 게다가 심 대표에게는 경선 과정에서 운동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진보당은 야권연대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휘두르며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도덕성을 중시한다는 진보당에서, 그것도 공동대표가 부도덕한 행동을 했다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지금 적지 않은 국민들이 진보당을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