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검사라고 조사 예외일 순 없다

입력 2012-03-21 21:52

대한민국 국민은 판·검사와 일반 국민으로 분류되는가? 기소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가 사건 조사를 위한 경찰의 출석요구에 두 번째로 불응했다. 또 다른 당사자인 박은정 인천지검 부천지청 검사도 출석하지 않았다. 박 검사는 경찰이 요청한 추가 진술서도 보내지 않았다. 과연 대한민국 판·검사는 사회 일각에서 비아냥거리듯 ‘불멸의 신성가족’인가?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리그’가 따로 있는가?

경찰은 김 판사에게 26일 출석하라고 세 번째 소환을 통보하면서 그가 또 다시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신청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인 신분이어서 소환을 강제할 수 없는 박 검사와 달리 피고소인 신분인 김 판사는 강제구인이 가능하다. 다만 어차피 체포영장은 경찰이 신청해도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발부하는 것인 만큼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는 게 중론이지만 그렇다고 미리 포기해선 안 된다.

판·검사 아니라 그 누구라도 법집행기관의 적법한 수사 협조 요청을 깔아뭉개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 판사와 박 검사는 서로 주장하는 게 다르다. 김 판사는 박 검사에게 전화는 걸었지만 기소 청탁은 하지 않았다는 것이고 박 검사는 김 판사의 전화를 청탁으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그런 만큼 경찰의 소환 및 대질심문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두 사람이 이를 무시하도록 내버려두었다가는 대한민국의 법치가 훼손될 수 있음을 검찰도 법원도 명심해야 한다.

사실 판·검사들은 그릇된 선민의식, 특권의식,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통렬히 자성해봐야 한다. 재판과정이나 수사과정에서 판사와 검사의 막말, 인권침해는 벌써부터 시정해야 할 문제꺼리로 꼽혀왔거니와 이제는 거기서 더 나아가 경찰의 적법한 조사협조 요청을 묵살하는 등 마치 법 위에 서 있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물론 소환 거부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판·검사는 법치의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임을 몰각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