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설치작가 서도호 “잠깐씩 머무르는 집은 나의 자화상”
입력 2012-03-21 21:51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전시장에는 갖가지 모양의 집들로 가득하다. 나무로 만든 집이 아니라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천으로 짠 집이다. 서울대와 미국 예일대를 나와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고, 세계 유수의 미술관 전시를 통해 글로벌 아티스트로 부상한 서도호(50·왼쪽 사진) 작가의 개인전 ‘집 속의 집’(22일부터 6월 3일까지)에 전시되는 작품들이다.
입구에 설치된 ‘투영’은 한옥 솟을대문을 반투명 천 위에 세우고 천 아래에도 거꾸로 매달아 놓은 작품으로, 대칭을 이루는 두 작품이 마치 천장거울에 투영된 모습 같다. 가는 곳마다 머무르게 되는 집이라는 공간의 문을 통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는 셈이다. 작가는 그동안 자신이 살았던 곳곳의 집을 설치 조각 영상 드로잉 등 43점의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서울 성북동 한옥은 옥색 천으로 되살렸다. 한옥은 창과 문이 많고 안과 밖의 구분이 분명치 않다. 반면 1991년 미국 뉴욕 유학 시절 지냈던 서양식 건물은 두꺼운 벽을 쌓아 외부와 단절되고 닫힌 구조다. 한옥과 서양 가옥의 차이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화장실 부엌 스위치 등 실내를 천으로 세밀하게 재현한 것이 눈길을 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작업한 ‘별똥별’은 한옥이 서양식 집에 부딪혀 있는 작품으로 외국생활을 하면서 느낀 문화적 충격을 담았다. 한옥에 연결된 붉은 선과 푸른 천들은 낙하산을 타고 미국에 연착륙했음을 의미한다. 기와 한옥을 초록 천으로 만든 ‘북쪽 벽’과 높이 13m에 달하는 3층짜리 뉴욕 타운하우스를 푸른 천으로 만든 ‘청사진’이 동서양 건축의 차이를 보여준다.
“왜 집이냐”는 물음에 작가는 “떠도는 생활 중에 잠깐씩 머무르게 되는 집은 나의 자화상과 같다”며 “천으로 집을 지은 것은 쉽게 접을 수 있고 언제든지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뉴욕, 영국 런던을 오가며 작업하는 그는 “달팽이가 이동할 때 자기 집을 이고 가는 것처럼 유목민적인 삶을 사는 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관람료 7000원(02-2014-69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