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16곳을 자비로 고쳐준 집사님, 쓰러진 그를 무료로 고쳐준 원장님

입력 2012-03-21 18:38


“원장 선생님 몸이 어떤 것 같습니까?” “아니, 그동안 얼마나 무리했으면 몸 상태가 또 ‘바닥’입니까. 다시 입원하세요. 병실 준비해 놓겠습니다.”

지난 20일 2년 만에 서울 강남의림한방병원을 찾은 만백성선교단장 하평수(60)씨는 배철환(52) 원장으로부터 “다시 입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2004년부터 사재를 털어 자그마치 16개의 미자립교회를 무료로 리모델링해 준 평신도 사역자다.

안타깝게도 고난은 하씨를 비껴가지 않았다. 2008년 9월 미자립교회 리모델링 공사 중 결핵종으로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비를 대느라 전셋집은 사글세방으로 바뀌었다. 결국 병원비를 충당 못하고 집에서 뜸만 뜨는 처지까지 갔다. 2009년 8월 안타까운 사연이 병원에 알려졌고 배 원장은 그를 무료로 1개월간 정성껏 치료했다. 기어서 병원에 들어갔던 하씨는 그해 9월 말 두 발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그런데 퇴원 후 일을 좀 무리하게 하다보니 몸이 다시 약해진 것이다.

배철환 원장은 “사실 당시 3개월 앞을 장담 못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심각했던 하 집사님이 1개월 만에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다시 몸 상태가 나빠진 집사님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50병상을 갖춘 병원은 그동안 목회자와 사모, 선교사 등 250여명을 돌봤다. 4대째 한의사 집안인 병원은 소화기 질환과 비염 축농증 등 코 질환이 전문이지만 목회자와 가족, 선교사들이 갖고 있는 신경성 질환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목사님 사모님과 선교사 아내 분들의 질환이 생각보다 심각해요. 교회와 선교지 생각만 하면 울화가 치밀고 진이 빠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마음의 상처가 병으로 오는 겁니다. 이익을 좀 남겨야 하는 게 아니냐고요. 예수님의 사랑실천은 말 뿐 만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잖아요. 영광은 오직 하나님만 받으셔야 합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요.”

병원엔 교회도 있다. 매일 오전 6시 새벽기도회를 드리며, 주일 예배도 있다. 이처럼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목회자들을 돌보는 일은 배 원장처럼 의료직에 종사하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인식의 전환만 해도 가능한 일이다.

“개척교회 목회자나 사모님, 자녀분들이 더 많은 혜택을 봐야겠죠. 생활보호대상자인 교우도 중점적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목회·선교 현장에서 시달린 몸을 좀 위로하고 재충전하세요. 독서도 좀 하시고요.”

입원희망자는 소속 교단 증명서와 주보를 지참해 기하성 교단 소속의 이홍철 원목에게 제출하면 된다. 병원교회는 교회사정과 건강상태 등 심사를 거쳐 수혜자에게 개별 통보한다(02-536-8200).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