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안방서 외면당한 바둑

입력 2012-03-21 18:18


꽃샘추위 탓인지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14일. 어깨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 바둑인들이 인천 거리로 나왔다. ‘대한민국 효자종목, 안방에서 외면하렵니까?’라는 피켓 문구에는 바둑인들의 안타까움과 울분이 서려 있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남자단체, 여자단체, 혼성페어에서 3개의 금메달을 모두 따내 효자 노릇을 했던 바둑이 이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정식종목에서 제외가 됐다. 금메달도 모두 석권했고 주최국 프리미엄이 있어 당연히 채택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바둑계로서는 의외의 결과였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인천아시안게임조직위는 2010년 5월 정식종목 발표와 그 해 12월 최종 종목 발표에서 바둑을 제외시켰다. 그리고 카바디, 세팍타크로, 가라테, 볼링 등 8개 종목을 새로 채택했다. 그 후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는 정식종목 채택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마지막 서명 운동으로 안타까운 뜻을 전하게 된 것이다.

이날 모임에서 아시아바둑연맹(AGF) 서대원 회장은 “전용경기장 건축이 필요 없고, 합리적인 예산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바둑경기가 인천에서 이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고유의 종목이 아시안게임에서 자리 잡을 기회가 영원이 무산될 것”이라는 성명문을 낭독했다. 광저우아시안게임 감독이었던 한국기원 양재호 사무총장은 “금메달 3개를 모두 획득하고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바둑이 사라지는 것은 억울함을 넘어 비통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2009년 바둑백서’에 따르면 국민의 53%가 다른 취미나 오락에 비해 바둑이 집중력과 두뇌계발에 도움이 되고 유익하다고 봤다. 국민의 80% 이상은 바둑이 자녀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고, 10명 중 9명은 바둑을 가르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 3명 중 2명은 ‘바둑이 국위 선양에 기여했다’는 인식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3개의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종목이 과연 몇 개나 될까? 한국 두뇌의 우수성을 증명할 수 있는 바둑을 정식종목에서 제외시킬 이유는 없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국가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바둑계를 양적·질적으로 성장시키며 호시탐탐 한국의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세계대회에서 중국은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안방에서 밀려나려고 한다. 재차 숙고해서 현명한 판단이 내려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프로 2단>